가격 올리더니…빙그레, 올해 영업익 1000억원 달성 눈앞

시장 추정치 올해 영업익 1075억원…사상 최대 실적
제품 가격 인상 영향 커…메로나 1년새 가격 87.5%↑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당시 공정위 가격인상 우려 현실로

김지혜 기자|2023/12/01 06:00
빙그레가 올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 실현을 예고하고 있다. 가격인상을 통해서다. 투게더, 메로나 등 주요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몇 차례 인상하며 수익을 실현했다.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며 대두됐던 독과점에 따른 가격 인상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빙그레의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인 107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244억원을 기록했지만 4분기가 아이스크림의 비수기로 영업손실이 예상돼 그보다 줄어든 107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은 1967년 빙그레의 모태인 대일양행 설립 이후 최초다.
업계에서는 빙그레의 잇따른 가격 인상을 최대 요인으로 꼽고 있다.

빙그레는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1325억원에 인수한 이후 지난해와 올해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여러 차례 단행했다.

대표적인 제품인 '투게더'의 경우 편의점 가격 기준으로 2022년 1분기만 해도 6000원이었던 것이 2분기에 8000원으로 33.3%가 오르더니 4분기에는 9000원까지 올랐다. 1년 새 50%나 가격이 뛰었다. 올 3분기까지도 9000원을 유지했지만 지난달 다시 원유(原乳) 가격 인상을 이유로 800원(8.9%↑)을 더 올려 9800원이 됐다.

'메로나'도 마찬가지다. 2022년 3월 800원에서 1000원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그해 10월 1200원까지 가격을 올렸는데, 올 들어 3월에 또 한번 25%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며 1500원까지 올랐다. 2년 동안 가격이 거의 두 배로 오른 셈이다.

빙그레 측은 당시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해 물류비, 에너지 비용, 인건비 등 생산비용 전반이 증가하는 것에서 오는 가격 인상이라고 설명했지만, 빙그레의 매출원가율은 올 3분기까지 기준으로 67.6%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4.6%포인트 더 낮아졌다. 지난해 3분기(누적) 기준 72.2%도 전년 2021년 72.6%보다 0.4%포인트 낮다.

다른 식품기업과 비교하면 더 확연해진다. 같은 기간 매일유업의 매출원가율은 72.0%, 남양유업은 79.1%다. 아이스크림 경쟁사인 롯데웰푸드도 식품·제과사업이 더해졌지만 매출원가율은 72.3%으로 빙그레보다 높다. 그럼에도 롯데웰푸드는 돼지바 등의 아이스크림을 올초 올리지 않다 지난 7월에야 반영했고, 정부의 식품 가격인하 정책으로 편의점 자체적으로 아이스크림 수요가 높은 3분기 가격 동결로 유지하다 10월에야 메로나와 동일하게 1500원으로 올렸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당시에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에 따른 가격 인상 우려에 대해 가격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논리로 결합심사를 인정받았다. 당시 국내 빙과시장은 롯데제과와 빙그레, 롯데푸드, 해태아이스크림 등 4곳이 시장점유율 87%로 과점 형태였는데,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하고, 빙그레 역시 해태아이스크림을 품으면서 양강체제가 됐다. 가격 결정이 그만큼 쉬워진 셈이다.

당시 빙과시장에서 아이스크림 가격을 유통업체들이 좌우하는 구조라며 "가격결정권이 없다"는 논리가 무색할 정도다.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관도 이에 최근 빙그레 논산공장을 직접 찾아가 가격인상 자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가 원가율 인상으로 가격을 올리려다가도 물가안정에 집중하는 정부의 기조에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빙그레의 행보는 의아할 정도"라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