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호주 취업시장…하나의 일자리에 신규 구직자 26명 대기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기자|2023/12/07 15:09
|
비영리단체인 앵글리케어의 연례 일자리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숙련 실직자 26명 중 18명은 12개월 이상 실직 상태인 '장기 실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고등학교 정규 과정을 다 마치지 못했거나, 실직 후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는 고령 근로자, 하려는 고령 근로자, 장애인 또는 자녀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전문가들은 취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노동시장에 들어갈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들을 위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취업에 장애가 있는 호주인의 수는 8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으며, 5년 이상 소득 지원을 받는 수급자 비율은 2013년 8월 9%에서 올해 8월 24%로 많이 증가했다. 구직자 수당을 받는 평균 기간 역시 2013년 8월 99주에서 2023년 8월 185주로 10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선진국 중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이 세 번째로 높으며, 근로자의 20.4%에 해당하는 210만명의 근로자가 매주 최소 근무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전체 근로자의 약 3분의 1은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없었다.
지난주에는 정부의 대표적 고용 서비스 제도인 호주 워크포스에 대한 비판적인 보고서도 나왔다. 보고서는 호주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고용 서비스의 완전한 민영화는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연방 정부가 직접 고용 서비스를 전담할 기관을 다시 설립할 것을 촉구했다.
앵글리케어는 미숙련 구직자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구직 활동이나 교육 참석과 같은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제도를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취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의무가 오히려 취업 의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앨글리케어는 또 실업 수당 지급액을 빈곤선 이상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노인과 장애인 돌봄과 같은 성장하는 부문에서 초급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