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英 존슨 전 총리…코로나19 위험 과소평가 인정

정부 대응 실수 인정…"하지만 최선이었다"
유가족 시위 피해 3시간 일찍 청문회장 도착하기도

선미리 기자|2023/12/07 14:28
6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총리가 런던에서 진행된 코로나19 공공조사 청문회를 마친 뒤 빠져 나가고 있다./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을 과소평가했다면서 당시 자신이 이끌었던 정부의 안일했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에 대해 사과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코로나19 공공조사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존슨 전 총리는 코로나19 희생자 가족들에게 "고통과 상실감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존슨 전 총리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보고되기 시작한 2020년 초 질병의 규모와 확산 속도를 과소평가했다면서 정부의 대응에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달리 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당시엔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느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2020년 3월 초 코로나19 환자들과 악수하고 다니지 말았어야 했고, 축제 등 대규모 행사를 취소시켜야 했다고 후회했다.

맷 핸콧 전 보건장관은 지난주 조사에서 팬데믹 당시 정부에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리려고 노력했으며, 영국이 처음으로 봉쇄를 실시했던 2020년 3월 23일보다 몇 주 더 일찍 국경을 닫았더라면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첫 봉쇄 시기에 대해 존슨 전 총리는 "다른 수단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장 밖에선 코로나19 희생자 유족들이 모여 '사망한 이들은 사과를 받을 수 없다'고 적힌 플래카드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에 존슨 전 총리는 유가족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정시보다 3시간 이른 오전 7시에 청문회장에 도착했다.

존슨 전 총리는 지난해 총리실 직원들이 코로나19 봉쇄 규정을 어기고 생일파티를 즐긴 일이 도마에 오르며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리시 수낵 현 총리도 생일파티에 참석해 범칙금을 낸 바 있다. 수낵 총리는 몇 주 안에 청문회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로 23만3000여명이 사망하며, 유럽 국가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 중 하나로 기록됐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광범위하고 전문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조사기구를 구성해 지난해 6월부터 공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단계 조사보고서는 이르면 내년 초여름에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