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품은 하림…김홍국 회장, 자금 확보 ‘순항’

재계 27위→13위 도약 기회 잡아
양재동 물류단지·영구채 지적 속
“유동성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수일 기자|2023/12/19 17:56
하림그룹이 HMM(옛 현대상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재계 서열(총자산 기준) 27위에서 13위로 뛰어오를 기회를 잡았다. 풀어야 할 숙제도 명확해졌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 진행을 위한 자금 확보와 함께 HMM의 영구채 처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각에선 유동성 위기를 거론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김홍국 회장과 그룹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보고 있다. '헝클어져 뒤엉킨 삼 가닥을 칼로 단번에 베어버릴 수 있다(快刀斬亂麻·쾌도참난마)'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재동 사업자금 안정적 확보 필수…"순조롭게 진행"
19일 하림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6조8000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은 하림그룹의 숙원사업으로, 하림산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사업 진전이 없었는데 지난 10월 환경부 소속 한강유역환경청이 하림그룹의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동의)를 완료했다. 지난 9월 지형 및 생태축 보전 등을 포함한 1차 보완조치를 요구받고, 이후 협의를 완료했다.
내년 중 단지 내 주택 건설 사업에 대한 승인까지 받고 2025년 3월 단지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앞으로 하림그룹 입장에선 착공 전까진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업계에선 HMM 인수 추진과 함께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을 진행해야 해서 유동성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을 지 의심하기 있다.

그러나 하림그룹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유동성 위기론에 선을 그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양 사업은 별개로 봐야 한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의 경우 서울시로부터 인·허가를 받기 위해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며 "유동성 확보는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HMM 영구채 주식전환 협상 파란불?…산은, '조건' 내걸어
매각 측과의 HMM 영구채 주식전환 처리 협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앞으로 하림그룹 측의 자금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 측이 보유한 1조6800억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 받지 못할 경우 하림의 HMM 지분율이 38.9%로 희석돼 연간 배당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수 후 3년간 배당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던 약 2850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올 3분기 연결기준으로 하림지주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장·단기 금융상품, 이익잉여금 등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은 3조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거론되고 있는 이유다. 특히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10조원에 달하는 HMM의 현금성 자산을 하림그룹의 부채 상환 및 사업 운영에 활용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전망이다.

앞서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본입찰에서 매각 측에 HMM 영구채 주식전환 3년 유예를 요청했다가 특혜 논란이 제기되자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하림그룹 측은 매각 측과 협상해 풀어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매각 측과의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조건'을 붙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영구채 주식전환과 관련해선 법률적·경제적인 기준에 위배되는 요청이 있을 경우에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률적·경제적인 기준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협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 후에도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키울 계획이다. 이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달 1일 하림 새 브랜드 푸디버디 출시 간담회를 앞두고 "해운 운송부터 식품 제조와 물류 등 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강화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일"이라며 "앞으로 잘할 사람이 인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