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일담] “안 만들 순 없는데…” 달력 줄이는 은행권의 고민
이선영 기자|2024/01/01 18:30
과거 은행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던 달력이 최근 들어서는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고 합니다. 달력을 받으려는 수요는 이어지고 있지만, 공급처인 은행에서는 달력 제작 부수를 줄이고 있어서죠.
고령층을 중심으로 달력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있는 것과 달리 젊은층은 달력에 대한 수요가 적은 편이었는데요. 스마트폰 달력을 주로 활용하다보니 종이 달력에 대한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달력 제작 부수를 오히려 줄이는 추세여서 은행 달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습니다.
은행들이 달력 제작 부수를 줄이는 건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종이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제작하는 달력 부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겁니다. 여기에 비용 절감 목적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말만 되면 영업점 직원들의 고충도 큽니다. 달력 수량은 한정돼 있는데, 달력을 요구하는 고객들 수는 여전히 많아서입니다. 제작한 달력을 각 영업점에 배분해야 하는 업무도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영업점마다 달력을 더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달력 제작을 안 하면 안 되겠냐'는 불만이 올라오기도 한다는데요.
그럼에도 은행권은 달력 제작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단순히 고객 사은품 용도에 그치기보다는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어서입니다. ESG 경영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의 수요를 무시하지 못하는 만큼, 매년 달력 제작을 두고 은행권의 고민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