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제재 판치는 韓②] ‘배드파더스 유죄’에도 계속되는 신상 공개…“다른 방법 있나요?”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대법서 '명예훼손' 유죄
이름 바꿔 활동 지속…"신상 공개돼도 안 주는 현실"
법조계 "신상 공개로 악감정 품고 안 주려 하기도"
김임수 기자|2024/01/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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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아시아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옛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씨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가 지난 4일 대법원에서 벌금형의 선고 유예가 확정됐음에도 같은 이름의 사이트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신상 공개 활동이 이어지는 중이다. 최초 이 같은 활동을 시작한 배드파더스 역시 현재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로 이름을 바꾸고 신상에 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앞서 법원은 구씨의 신상 공개 활동에 대해 "양육비 지급 문제는 공적 관심 사안인 것이 사실이지만, 미지급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라며 "수치심을 느끼게 해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려는 취지로서 사적 제재 수단"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양육자들이 신상 공개를 계속하는 데는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강한 법적 제재 장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혼한 배우자에게서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80.7%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조사(78.8%)보다 높아진 수치다. 배드파더스 신상공개 활동 이후 2020년부터 양육비 미이행자에 대해 감치명령과 함께 △면허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까지 가능해졌지만 실질적인 양육비 이행률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다만 지금처럼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 사진과 함께 직업 나이 주소 등을 공개하는 방식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양육비를 오랫동안 못 받은 상황에서 신상 공개로 해결하려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신상이 공개되면 오히려 악감정을 품고 버티거나 양육자를 상대로 소송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경우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대부분인데 신상 공개로 취업 등에 제한을 받아 돈을 주고 싶어도 못 주게 되는 사례도 생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