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지하식당가 연이은 화재…안전 ‘경고등’ 켜졌나

박주연 기자|2024/01/11 18:00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건물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소방 띠가 둘러져 있다. /박주연기자
최근 이틀 연속 서울 여의도 증권사 빌딩 지하 식당에서 일어난 화재는 조리기구에서 튄 불씨가 먼지와 기름이 쌓인 덕트 등에 옮겨 붙어 발생했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평일 점심·저녁시간 유동인구가 많고, 지상보다 대피가 어려운 구조로 이뤄진 특성을 가진 지하 식당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하면서 관할 당국의 철저한 안전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1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소방 당국은 지난 9일과 10일 여의도 A 증권사 빌딩 지하 4층 식당과 B 증권사 빌딩 지하 1층 식당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지난 9일 발생한 화재는 고깃집 직원이 숯에 불을 붙이는 과정에서 불씨가 천장을 타고 불이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10일 화재는 주방의 덕트에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의심하고 자세한 경위를 들여다 보고 있다.

두 화재 사건 모두 유동인구가 많은 건물 지하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식당 주방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진술에 따라 그동안 주방 시설 내의 화재 대비가 취약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건물 지하 식당가 복도의 모습. /박주연기자
실제로 본지가 이날 화재가 난 2개의 지하 식당 주변을 둘러본 결과, 주방 내에는 불길로 인한 그을음이 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증권사 건물 한 관계자는 "화재 당시 숯을 피우다가 불꽃이 천장에 있는 먼지에 붙어 화재가 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물 관계자는 "식당 주방 천장에 불이 붙어 불이 난 걸로 알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방에서 조리 중 발생한 기름때 또는 먼지가 후드, 덕트 등 주변에 쌓였다가 불씨와 만나 발생한 화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험성과 함께 건물 지하 특성상 화재 시 대피가 어려워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 점검과 함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평소 기름때를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주위에 소화기를 배치하는 등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며 "지하층은 연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갈 창문 등이 없어 지하층에서 난 화재가 지상층 보다 위험이 더 크며, 지하에서 불이 났다면 코와 입을 막고 유도등을 따라 즉시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여의도 내 음식점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위생 점검 등을 강화하며 화재 안전에 신경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