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3년·배석판사 2년…법관 사무분담 기간 연장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사무분담 변경…재판지연 야기"

박세영 기자|2024/01/20 22:12
서울중앙지법/연합뉴스
법원행정처가 다음달 정기인사를 앞두고 법관들의 사무분담기간과 법원장의 재판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19일 전국법원장회 및 대법관회의 보고 등을 토대로 예규 개정을 통해 재판장인 법관의 최소 사무분담기간을 3년으로, 재판장 아닌 법관(배석판사)의 최소 사무분담기간을 2년으로 연장한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법원에서는 정기적 전보인사가 있고, 인사주기가 길지 않음에도 같은 법원 내에서 사무분담 변경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심리주체와 판결주체 분리에 따른 부작용과 업무처리율 저하로 이어져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사법수요자의 사무분담 장기화 요구와 법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사무분담 장기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사무분담 장기화 추진을 위해서는 법관 사이의 형평성 문제와 판사 회의를 통한 내규 개정 등이 필요하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각급 법원 판사회의에서 내규 개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고려 요소를 밝혔다.

고등법원의 경우 개정이 불요하다. 각 고등법원은 '고등법원 합의부의 운영에 관한 지침'이 우선 적용되고 있으므로(민사 및 행정재판부 최소 3년, 형사재판부 최소 2년) 별도 예규 규정을 둘 필요성이 없다.

법원행정처는 또 법원장이 '재판업무'를 볼 수 있도록 기존 지침을 폐지하고, 새로운 규정을 신설한다. 지금까지는 사법행정업무와 대외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전국 각 지방법원의 법원장과 지원장은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게 지침상 원칙이었다.

하지만 전국 각 고등법원과 특허법원의 법원장은 해당 지침의 적용을 받지 않아, 재판업무를 담당하지 않았다. 또 해당 지침은 1998년 제정 이후 형식적인 개정만 이뤄져 현실에 맞지 않는 조문들이 존재한다.

이에 고등법원장 등이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지침 폐지를 결정했다. 법원장의 재판업무 담당 원칙 조문을 신설했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개정 내용을 공지하고, 오는 29일까지 행정예고를 진행해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다음 달 초 예규 개정안과 지침 폐지안 등의 성안(成案) 보고를 각각 실시할 예정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한 법원에서 매년 사무분담을 변경하는 것은 다양한 근무경험, 형평성 등 장점도 있으나 비효율을 야기하고 재판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사무분담 장기화 추진 배경을 전했다. 또 "법원장이 재판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관련 예규도 정비했다"며 전국 법원장들에게 공정·신속한 재판을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다음 달 예정된 정기인사에 대해선 "지방권 고등법원 재판장 공석 충원에 필요한 범위내에서 지방 순환근무를 실시한다"며 "수도권 고등법원에서는 지법부장으로서 충분한 재판장 경험을 쌓은 법관들 중에서 신규 보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 처장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와 재판이 되기 위해 기존의 관행에 안주하지 않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