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무, 러·이란 딥페이크로 선거 개입 경고

제임스 클레벌리 "빅테크기업과 대책 강구"

최효극 기자|2024/02/26 11:37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내무장관관이 럳넌 다우닝가10번지 앞 거리를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내무장관은 러시아와 이란이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로 영국 선거에 개입할 우려가 있다며 실리콘 벨리 빅테크 기업들과 만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클레벌리 장관은 "러시아나 이란을 돕는 사람들이 수 천 건의 딥페이크(AI가 생산한 가짜 콘텐츠)를 생산해 영국 선거를 조작할 수 있다"며 "AI가 생산한 콘텐츠와 딥페이크가 이미 (사실을) 오도하고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11월 사디크 칸 런던시장의 목소리가 딥페이크 기술로 조작돼 정전협정일 행사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음성이 틱톡에 유포돼 논란이 일었다. 또 리시 수낵 총리의 재산 조사를 지지한다는 조작된 BBC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지난 16일 열린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는 오픈AI와 구글 등 20개 빅테크 기업들이 유권자를 속이는 AI 생성 콘텐츠를 방지하는 데 노력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하고, 가짜 콘텐츠를 감지해 꼬리표(label)를 붙이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올해는 세계 60여 개국에서 대선, 총선 등 각종 선거가 예고돼 있어 약 20억 명이 투표에 참여한다. 지구촌 '선거의 해'에 고도화된 딥페이크 기술로 생성된 가짜 콘텐츠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닉 클레그 메타 글로벌 사업부문 사장은 "하나의 테크기업, 하나의 정부, 하나의 시민 사회단체로는 이런 기술의 출현과 악의적 사용에 대응할 수 없다"며 공동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AI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달 초 27개 회원국이 세계 첫 '인공지능(AI) 규제법'에 최종 합의했다. 오는 2026년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