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로또 분양’ 열풍에…중소 단지 ‘줍줍’도 선방
강동·도봉·강서·중구 등지서 무순위 청약 인기
고분양가 행진에 기존 분양 단지 가격 경쟁력 갖춰
청약통장 등 제한 없어 문턱 낮아
"시세 차익 노린 묻지마 청약은 금물"
전원준 기자|2024/03/05 16:58
고분양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이미 분양한 단지의 가격(분양가) 경쟁력이 높아진데다 줍줍의 경우 주택이나 청약통장 유무에 따른 제한이 없는 등 청약 문턱이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줍줍을 진행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100만명이 넘는 청약자를 끌어모은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강동구 길동에 들어서는 '강동 중앙하이츠 시티'는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줍줍에서 28가구 모집에 791명의 신청자를 받아 평균 2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단지가 '나홀로' 혹은 300가구 안팎의 중소 규모 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신청자가 몰렸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무순위 청약 선전 배경으로는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세를 꼽을 수 있겠다. 신규 공급 단지의 분양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기존 분양 단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가격 거부감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강동 중앙하이츠 시티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 하반기 첫 분양 당시에는 1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에 전용 49㎡형 기준 분양가가 9억원에 가까운 선에서 책정됐다는 점에서 계약률이 높지 않았으나, 신규 단지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서 기존 분양 단지에 관심을 갖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3713만7000원으로, 지난해 동기(3068만4000원)보다 21% 급등했다. 이를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형으로 환산하면 일년 새 약 10억원에서 12억원으로 치솟은 셈이다.
최소 수억원에서 최대 수십억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로또 분양' 단지의 등장도 '줍줍' 열풍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진행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 무순위 청약에선 3가구 모집에 역대 최다인 101만3456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4년 전에 책정된 분양가로 공급돼 20여억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묻지마 청약'은 삼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건축비 상승으로 인한 고분양가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판단에서 무순위 청약 단지에 관심을 갖는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극소수 단지의 사례를 보고 무분별하게 무순위 청약에 나설 경우 자금 조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재당첨 제한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