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투탐사] 생존 위태로운 교복업계…“이젠 작업복·소방복까지 팔아요”
초저출산·학령인구 감소로 매출 급감
복장 자율화·중고거래 활성화도 한몫
中 진출·워크웨어 제작 등 사업 확대
장지영 기자|2024/03/06 00:00
◇학령인구 감소에…국내 교복 시장 여전히 '깜깜'
HOT·신화·소녀시대·2PM·동방신기·엑소... 당대 가장 인기 있는 아이돌들을 모델로 내세울 정도로 잘 나가던 교복업계가 위기에 처했다. 초저출산과 학령 인구 감소로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든 데다, 복장 자율화와 중고 플랫폼 활성화로 새 교복을 구매하는 이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년 학생 수가 줄면서 국내 교복 사업은 여전히 깜깜한 터널을 지나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다닐 나이(6~21세)를 의미하는 학령인구는 지난해 748만명에서 2030년 594만명, 2040년에는 447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예측이 가능하고, 경기 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아 다른 사업에 비해 '알짜배기'로 통하던 교복 사업의 호황기가 이제는 과거형이 된 셈이다.
◇신사업·해외 진출로 살길 찾는다…스포츠 굿즈부터 소방복까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교복업체들도 신사업과 해외 진출로 저마다 살길을 찾고 있다. 먼저 형지엘리트는 약 1200억 위안(한화 약 22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중국 교복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형지엘리트는 2016년 중국 대표 패션회사인 빠오시니아오 그룹의 계열사인 '보노'와 손잡고 상해엘리트를 설립, 현지 교복 시장에 진출했다.
스포츠 굿즈 분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해외 명문 구단인 'FC 바르셀로나'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SSG랜더스, 한화이글스에 관련 의류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행보다. 올 초엔 한화생명 이스포츠 구단 'HLE'와 스폰서십을 체결한 이후 K리그 '부천FC1995'와 협력해 굿즈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워크웨어 사업도 신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산업 전반에 재해 관련 정책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안전과 연관된 작업복·작업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업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기성 유니폼 브랜드 '윌비'를 재정비한 데 이어, B2C(기업소비자간거래)소비자를 겨냥해 이달부턴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도 제품을 알리고 있다.
스쿨룩스는 2020년부터 학생 용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 '마켓스쿨'을 론칭해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패션 교복, 의류, 문구용품, 스타킹, 다회용 마스크 등 학교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또 학생복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관공서 특수복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의료진의 유니폼, 소방, 항공 등 극한의 특수 환경에 대응하는 피복류와 군인, 경찰 등이 입는 군수 피복류 등 품목도 다양하다.
이밖에 교복 브랜드 '스마트'를 운영하는 스마트에프앤디는 프리미엄 유치원복 브랜드 '리틀스마트'를 론칭하고, 단체복 시장을 공략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교복업체들이 예전과 같은 사업 환경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교복 자율화를 시행하는 학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학령인구도 감소하는 상황이라 교복업체들이 예전만큼 호황기를 누리진 못할 것"이라면서 "승무원처럼 유니폼을 입어야만 하는 기업과 계약해 제품을 판매하거나, 수출을 통해 교복을 많이 입는 국가에 진출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