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로] 부조리한 전기차 통행료 할인
강태윤 기자|2024/03/07 06:00
하지만 이 같은 좋은 제도도 법 조항이 '고속국도를 이용하는 전기자동차 및 수소전기자동차로서 제6항에 따른 전자적인 지급수단 중 전기자동차 및 수소전기자동차 전용 지급수단을 이용하여 통행료를 납부하는 차량'으로 한정해 다수의 운전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전자적인 지급수단'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이패스(Hi-Pass) 단말기를 뜻한다. 아무리 전기차라고 해도 하이패스가 아닌 일반(현금·카드)으로 통행료를 지불하면 감면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배기량 1000cc 미안의 경차는 전기차와 다르게 하이패스와 일반 상관 없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전기차 운전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아닐 수 없다.
유료도로법 시행령 제8조(통행료의 감면대상 차량 및 감면비율)의 본질은 '전용 지급수단'이 아닌 '전기자동차'에 방점이 찍혀 있어야 한다. 하이패스가 아니어도 전기차 여부를 톨게이트(요금소)에서 충분히 파악해 통행료 감면 혜택을 줄 수 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하늘색 번호판을 달기 때문에 쉽게 식별할 수도 있다.
또한 자동차등록증을 제시해 전기차를 입증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전기차는 자동차등록증의 제원란 23번(연료의 종류)에 '전기'라고 명시되어 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필요한 지원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주차장 등에서도 전기차 등은 주차료 할인을 하고 있다. 저공해 차량 운전자들은 하이패스 같은 단말기가 없어도, 무인요금소 등에서도 '전기차'라고 얘기만 해도 혜택을 받고 있다. 전기차 통행료 감면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전용 지급수단 이용객인지 아니면 친환경차 운전자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