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포기?…분담금 폭탄에 재건축 조합 ‘전전긍긍’

급상승하는 공사비에 재건축 시공사들, 조합에 인상 요구
공사비 인상 수용하면 조합원 분담금 크게 증가
거절 시 정비사업에 차질…시공사 재선정도

김다빈 기자|2024/03/14 15:51
공사비 급등에 조합원 분담금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건축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는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다. 사진은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연합뉴스
아파트 재건축 사업지에 비상이 걸렸다. 공사비 급등에 조합원이 감당해야 할 분담금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는 곳이 늘고 있다. 공사비가 이미 3.3㎡당 1000만원이 넘어선 서울에서는 실제 재건축 사업이 멈춰 선 곳까지 나왔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 아파트는 올해 초 재건축 착공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증액 협의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당초 조합과 3.3㎡당 공사비를 500만원에 합의했지만, 최근 이를 1300만원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원자잿값 및 인건비 등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달라는 것이다.

조합은 일단 시공사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최종 합의에 이를 지는 미지수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조합은 오는 16일 총회를 열어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청 건을 받아들일 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사비를 올릴 경우 조합원 한 명 당 추가 분담금이 5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합원들이 공사비 증액에 동의할 미지수다. 조합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공사비 협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분담금 우려로 아예 재건축 사업이 아예 중단된 단지도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해 말 공사비 증액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증가 부담에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예상 공사비를 바탕으로 분담금을 추정한 결과 전용면적 31㎡형 소유주가 전용 84㎡형을 받기 위해선 추가 분담금이 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어서다. 현재 전용 31㎡형 시세가 4억원 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분담금이 집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계약 해지를 각오하면서까지 시공사가 조합에 공사비 인상을 요청하는 이유는 원자잿값·인건비 등이 오르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협회 조사를 보면 2020년 12월부터 최근 3년간 건축 주원료인 철근·시멘트는 56.6%, 46.8%씩 올랐다. 건설업 근로자 하루 평균 임금도 27만789원으로, 같은 기간 16.83% 상승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 들어 적정 공사비가 아니라면 재건축 수주에서 나서지 않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건설사들의 주택 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27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지난 5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결국 시공사를 찾지 못한 재건축 조합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비를 올려 건설사를 구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9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3차 입찰공고에서 3.3㎡당 공사비를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렸다. 두 차례 유찰 끝에 결국 콧대를 낮춘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사비 이슈를 방치할 경우 1기 신도시 등 노후 계획도시 재건축 사업이 시공사조차 선정하지 못하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 주도 주택사업을 늘려 조합과 시공사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