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부모’ 또 집행유예…“국가가 양육비 주지 말라 시그널”
재판부 "경제적 사정 어려워 불이행 고려"
양육비이행법 개정 후 3년간 실형 선고 없어
박세영 기자|2024/03/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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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수원지법 형사12단독(하상제 부장판사)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2019년 전 배우자 강모씨와 이혼한 후 현재까지 자녀에게 지급하라고 명령받은 15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불이행했다는 주장의 일부를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의 미지급 사유는 '지급 형편의 경제적 어려움'이 대부분이다. 비양육자인 A씨도 이 같은 '경제적 사정'을 입증하기 위해 재판부에 기초생활수급자를 증명하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했다.
법조계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형사처벌이 가능한 양육비이행법이 2021년 시행된 이후 3년간 실형 선고가 단 한 건도 없어 법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양해들) 대표는 "미지급 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실제 검찰이 기소한 사건 중 법원에서는 집행유예가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이의 생존과 직결되는 양육비를 미지급한다는 것은 아동학대와 아동방임에 해당된다"며 "때문에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인데 실형이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지급을 단순히 채권·채무로 보고 '돈을 주지 않은 것이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한다면 법이 애초에 왜 만들어진 것인가"라며 "피해자들은 이번 선고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비양육자들에게 실제 아무 처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가 양육비를 주지 말라고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