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처벌로 中 헝다 사실상 도산 직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2024/03/19 16:31
2024/03/19 16:31
중 경제 부진의 원흉이라 해도 무방
디폴트 와중에 분식회계로 8000억 벌금
쉬자인 창업자는 종신 증시 참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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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19일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증권 당국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쉬자인(許家印·65) 창업주를 비롯한 헝다 관계자들과 법인에 내린 처벌적 성격이 농후한 처분들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쉬 창업주에게 명령한 종신 증시 진입 금지 조치를 꼽을 수 있다. 증시 근처에는 앞으로 얼씬거리지도 말라고 했으니 완전히 경제적인 금치산자 판정을 내렸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경고와 함께 4700만 위안(元·87억42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 사실 역시 거론해야 한다. 그로서는 큰 돈이 아닐지는 모르나 상징적인 의미는 상당하다. 그의 오른팔인 샤하이쥔(夏海鈞) 전 최고경영자(CEO) 역시 횡액을 당했다. 경고와 더불어 1500만 위안의 벌금 납부 명령을 받았다.
회사 법인 역시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가를 대재앙으로 치러야 하게 됐다. 무려 41억7500만 위안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안 그래도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내몰려 있는 입장에서는 대략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현재로서는 벌금을 낼 능력도 없다고 봐야 한다. 홍콩 증시의 시가총액이 22억 위안 전후인 만큼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헝다는 쉬 창업자가 1996년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창업한 회사로 부동산 사업을 통해 사세를 키워 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공격적인 인수 및 합병, 무리한 신사업 투자 등이 역풍을 불러 부채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올해 3월 기준 확인된 공식 부채만 2조4000억 위안, 한화로 44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숨어 있는 부채까지 탈탈 털 경우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파산을 해도 10번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쉬 창업자가 무사하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결국 지난해 9월 구속돼 모처에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판을 통해 사형까지 당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제 회사의 파산과 자신의 재산이 사라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아차 하다가는 진짜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한 채 비명횡사할 수도 있다면 분명 그렇다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