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보현 “SBS 금토극 히어로, 부담·압박 컸죠”

SBS '재벌x형사' 주인공을 연기한 안보현
남궁민, 이재훈을 잇는 SBS 금토극 주인공
부담, 압박 심했지만...행복했던 촬영장

김영진 기자|2024/03/28 09:45
안보현이 SBS 금토극 주인공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뿌듯함보다 안도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FN엔터테인먼트
"SBS 금토극 주인공, 저에겐 정말 높은 자리라고 생각했어요. 시청률이 잘 안 나오면 제 잘못처럼 느껴졌죠. 그런데 어느 순간 채널이 올라가야 하는 지점까지 시청률이 올랐고 그때야 한시름을 놨던 것 같아요. 뿌듯함보다는 안도감을 느꼈어요."

건장한 체격과 다르게 말 한 마디가 조심스러웠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SBS 드라마 '재벌X형사' 종영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 안보현은 이 같은 소감을 전하며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부담감을 떨쳐낸 환한 미소였다.

안보현은 최근 종영한 '재벌X형사'에서 철부지 재벌 3세이자 낙하산 형사 진이수를 연기했다. 최고 시청률 1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한 이 작품은 '천원짜리 변호사' '모범택시'를 이어 SBS가 큰 기대를 가지고 편성한 사이다 히어로물이었다. 무사히 작품을 마친 안보현은 무겁게 안고 있던 부담감을 그제야 털어놨다.
"많은 분들의 기대치가 분명 있었어요. 항상 시청률 두 자릿 수를 넘었던 시간대여서 압박감이 꽤 있었죠. 경쟁작도 쟁쟁했고요. 하지만 SBS가 이제껏 사랑을 받았던 '사이다 히어로'는 장르 자체가 다르잖아요. 추구 방향도 달랐고요. 사실 1회 시청률(5.7%)를 보고 소리를 질렀어요. 제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와서 행복했던 기억이 나요."

인기에 힘입어 '재벌X형사'는 시즌2가 결정됐다. 인터뷰 당일 이 소식이 전해져 안보현도 놀랐다고 전했다. 바라는 건 딱 한 가지였다. 제작진, 스태프, 배우들이 하나도 바뀌지 않고 시즌2를 함께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안보현에겐 현장이 특별했다.

"제 데뷔작인 영화 '히야'(2016)를 함께 한 촬영 감독님이 이번 '재벌X형사'를 함께 했어요. 당시에 저는 고향인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던 힘든 시기였어요. 둘 다 어려웠던 그 시기에 함께 했던 추억들이 있죠. 지금은 '악귀' '모범택시' 등의 훌륭한 작품을 하신 감독님이에요. 감독님이 현장을 너무나 잘 이끌어주었고 그게 곧 현장 분위기로 이어지더라고요. 저도 스태프들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다 외웠어요. 사적인 자리도 많이 가졌고요. 인상을 찌푸리거나 언성이 높아진 적이 단 한 번 없어요. 또 제 텐션을 위해 저에게 많이 힘을 준 현장이기도 했고요."

'재벌X형사'는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었지만 안보현은 이를 참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가 원하는 방향이었다. 그래서 안보현은 자신의 방식으로 진이수를 해석하고 분석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호불호가 갈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골 때리고 밉상이면서 아니꼬운 행동을 많이 하죠. 그럼에도 어딘가에서 연민이 느껴졌어요. 내면적으로는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쳤고요. 그래서 헤어나 의상 등의 스타일링에서 많이 신경을 썼어요. 또 TV에서 봤던 재벌의 캐릭터보다 다른 색깔을 띄기 위해 노력했고요."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는 건 또 있었다. 안보현은 이번 작품을 위해 요트 자격증을 취득했다. "대역 배우가 있었지만 그 분이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짧은 시간 안에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일주일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준비를 했다.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재밌었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안보현은 '이태원 클라쓰'(2020)를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후 '유미의 세포들' '마이 네임' '군검사 도베르만'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럼에도 아직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저는 타고난 게 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항상 노력을 해야하고 움직여야 했죠. 스스로 생각이 많고 걱정도 많은 편이라 항상 채찍질하며 살아왔어요. 자화자찬을 하기보단 많이 엄격하게요.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악역도 제대로 해보고 싶고 시대극도 해보고 싶어요. 이제껏 조금씩 성장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