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벚꽃 핀 ‘내소사’…“변산반도 국립공원 멋지네”

마을주민 안녕과 함께하는 '당산제'
1000년 넘는 보호수 눈길
격포해수욕장 인근 '노을공주'도 명소

이정연 기자|2024/04/04 16:18
전북 부안군 내소사 전경./이정연 기자
"어떤 마음으로 이 곳을 찾았든 부처는 모든 걸 꿰뚫어보고 있죠."

지난 3일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국립공원 일대. 비가 오는 날에도 능가산 내소사에는 벚꽃이 만발한 모습이었다. 울창한 소나무 옆으로 꽃을 피워낸 벚나무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내소사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디면 바로 앞에 불상이 서서 불자를 바라보는 구조다. 이날 국립공원공단 해설사는 해당 건축구조에 대해 "무엇을 원해서 이 곳에 왔든 부처님이 '너가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을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흩날리는 벚꽃들 사이로 불공을 드리러 온 이들도 곳곳에 보였다.

이날 벚꽃나무들은 비에 젖어 나무통은 유달리 검게, 꽃잎들 사이로 비치는 분홍빛은 더욱 선명했다.
전북 부안군 내소사 내부에 위치한 1000년이 넘는 보호수./이정연 기자
내소사의 상징은 무엇보다 1000년의 시간도 더 견딘 '보호수'다. 마을 주민들의 안녕을 위해 스님들이 초봄에 인줄을 치고 당산제를 지낸다. 마을과 함께 공생하고, 조화를 이루는 셈이다. 해설사는 "역사가 길다보니 관광객들에게 이 나무에 대해 설명하면 여기저기서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미소를 지었다.

일각에선 전북의 사찰들이 상대적으로 과거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다는 평가도 보낸다. 빛 바랜 곳곳의 나무기둥들이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 했다.

내소사를 들어서기 전 초입에 있는 전나무 숲길은 내소사 역사에 비하면 비교적 짧은 150여년 정도로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피해를 입은 사찰을 복구하면서 조성됐다.

길게 놓여진 숲길은 노르딕 워킹이 가능할 정도로 흙 입자가 고왔다. 흙이 건강해서인지 이날 20㎝가 넘는 지렁이들이 곳곳서 포착됐다.

지난 3일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격포해변에 위치한 '노을공주'상./이정연 기자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또다른 매력은 바로 육지와 해상의 청정함이 융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반도형 국립공원으로서 격포리에 있는 채석강도 또 하나의 명소다. 이날 변산면 격포리 소재 채석강에는 바닷물의 침식을 받아 생긴 단층들이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채석강 인근의 격포해변도 인기다. 이 곳에는 이른바 '인어상'으로 불리는 노을공주가 서있다. 이 앞은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포토존'을 이룬다. 이날은 비가 와서 관광객들이 별로 없었지만 빗방울 맺힌 창가에서 바라본 노을공주가 먼 발치에서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마음을 울렸다.

'노을공주는 격포 앞바다의 석양빛이 진홍빛으로 물드는 날이면 은빛 비늘을 자랑하며 지는 해를 따라 바다 속으로 자취를 감추곤 한다. 이곳에서 노을공주를 본 사람들은 사랑의 소망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