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의 와이드엔터]‘엔터명가’ CJ ENM 과거 명성 되찾으려면
구창근 공동대표 1년여만에 사임
인력 교체 잦아 전문성 소홀 우려
조성준 기자|2024/04/10 13:45
|
지난해 3월말 수장이 된 구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중 열린 'CJ의 밤' 행사에서 당시 영화계에서 파다했던 CJ의 영화사업 철수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했었다. 그랬던 당사자가 1년여만에 물러난 배경과 관련해 지난해 영화·드라마 부문의 매출 감소에 이어 올 1분기에 개봉됐던 '외계+인' 2부와 '도그데이즈' '패스트 라이브즈'의 연이은 흥행 부진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누가 뭐래도 CJ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대표하는 '큰집'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나름의 '시스템화(化)'를 추구하며 영화·방송·음반 등 대중문화 각 분야의 질적·양적 팽창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부문은 '기생충' 등의 성공 사례가 말해주듯, '오너 일가'인 이미경 부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한국영화의 세계 시장 진출을 견인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또 돌발 변수가 많고 의외성이 높은 대중문화산업일수록 따뜻할 때와 추울 때를 모두 경험해 본 '선수'들에 의해 성패가 좌우됨에도, 내부 인력의 물갈이가 너무 잦아 사내 전문가 양성에 소홀하다는 지적 역시 늘 있어왔다. CJ 속사정에 밝은 한 영화계 관계자는 "원래도 CJ는 사람이 자주 바뀌는 회사로 유명한데다, 최근에는 구조조정까지 세게 이뤄진 상황"이라며 "지난해 야심차게 개봉했지만 큰 적자를 감수해야만 했던 몇몇 영화의 경우, 인력이 너무 줄어들어 홍보 등 개봉까지의 단계별 주요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수행할 줄 아는 담당 직원이 크게 부족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공동대표 한 명 빠진 걸 두고 '명가'의 위기를 과장하려는 게 아니다. CJ가 직급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사람을 지금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곳으로 달라진다면, '리딩 컴퍼니'로서의 명성은 물론 업계의 믿음도 회복하리라 기대한다. 오며 가며 20년 넘게 곁에서 지켜봐 온 관찰자 처지에서 드리는 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