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완판이 되네”…분양 미룬 조합·건설사, 분양가 인상 저울질
명목은 공사비 증액·인허가 문제
속내는 분양가 더 높게 받으려는 계산
부동산 규제 완화 국회 절차 남아
시공사·조합 등 셈법 복잡한 상황
김다빈 기자|2024/04/17 17:01
경기지역에서 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인 A건설사 관계자는 "같은 지역에서 먼저 분양에 나선 단지들에서 '완판'(100% 계약 완료) 행진이 이어지고, 인근 아파트값도 꿈틀대는 상황이다 보니 청약 수요는 많은 것 같다"며 "분양가를 다소 높게 책정하더라도 모두 팔릴 것 같아 분양 시기를 좀 더 늦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17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 15차 재건축 아파트)는 지난해 말에서 이달로 한 차례 연기한 일반분양 일정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단지는 오는 6월 10일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으로, 집들이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최근 조합원 사전점검 일정을 이달 27~28일로 정했을 뿐 일반분양 일정은 여전히 확정하지 않았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후분양 아파트 단지여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돼 가격 인상을 위한 분양가 심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점도 분양 일정 조정 배경으로 꼽힌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 들어서는 '북수원 이목지구 디에트르 더 리체'도 총선을 이유로 분양 일정을 연기한 후 이달 중 분양하려던 일정을 최근 다시 다음 달로 미뤘다. 이 아파트를 짓는 D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내 커뮤니티 시설 추가 검토 등으로 분양가 승인 절차가 길어지면서 일정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공사가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공급 시기를 늦췄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단지는 공공택지인 이목지구에 들어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가를 마냥 높일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통자이 센트럴파크' 등 수원지역 일대 신축 단지들이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했고, 일대 아파트값도 오르면서 분양가 재산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4·10 총선 결과로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지면서 분양 시기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 등 사업 주체들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주택 공급 절벽 우려로 신축 단지나 신규 분양 단지로 관심이 쏠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분양가를 높일 수 있는 적정 시기에 일반분양에 나서려는 단지가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