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경쟁에 사활”…중견건설사, 해외·공공사업 등 사업다각화 박차

1분기 해외 수주액 상위 20곳 중 중견사 다수 포함
공공공사에도 적극적…HJ중공업 8000억·동부건설 5000억원
“사업 리스크 대비해 무분별한 수주 전략은 지양해야”

김다빈 기자|2024/04/18 09:28
부동산 경기 침체에 중견 건설사들이 주력하던 주택사업에서 벗어나 해외사업 및 공공발주 공사 등에서 수주고를 올리는 등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한 건설현장 모습./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업 불황이 이어지자 중견 건설사들이 주력하던 주택사업에서 벗어나 해외사업·공공부문 공사 등 다방면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1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183개 건설사는 해외에서 총 55억1891만7000달러(한화 약 7조6326억원)를 수주했다. 이 기간 가장 많은 금액을 수주한 상위 20곳 명단에 중견사 다수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해외사업 수주를 20여곳 대형 건설사가 주도했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SGC이앤씨(옛 SGC이테크)는 1분기 8억5119만6000달러(1조1829억원) 수주고를 쌓으며 현대엔지니어링·HD현대중공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액수를 벌어들였다. 올해 1월 5억287만달러(6954억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1 산업단지 설비 확장 공사'를 수주했고, 말레이시아에서도 실적을 쌓았다.
반도건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아파트 관련 사업인 7500만달러(1037억원) 규모의 'The BORA 3020'을 수주하며 14위를 기록했다. △세안이엔씨(15위, 6304만달러) △일성건설(18위, 4000만달러) 등도 20위권 내로 올라섰다.

중견사들이 공격적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국내 주택시장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늘어난 공사비 부담을 안고 분양에 나서도 미분양 리스크를 피할 수 없어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주택사업에 비해 공사비·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리스크가 덜한 공공 발주 사업에 관심을 갖는 중견사들이 부쩍 늘었다. SOC(사회기반시설) 예산을 바탕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사업 발주가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공사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장점에 주목한 것이다. 최근 정부가 공공부문 사업의 적정 단가 산출, 공사비에 물가 상승분 반영 등 건설사 수익성 확보 방안을 발표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HJ중공업 건설부문은 1분기에만 이 부문에서 8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했다. △울산 기력 4·5·6호기 해체 공사 △경기 남양주시 양정역세권 도시개발사업 조성 공사 등을 수주했다. 동부건설은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등을 수주하며 50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한신공영은 1373억원 규모 '국도42호선 도로건설공사', 331억원 규모 '경부선 천안~소종리간 눈들건널목 입체화 공사' 등을 수주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무분별하게 사업을 수주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견사들 중 사업 중단·좌초 등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을 갖추지 못한 곳들이 많다는 점에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사업의 경우 공사 초반 건설사들의 큰 자금이 투입되는데, 사업이 중단될 경우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꼼꼼하게 사업장을 선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