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배임고발 계획에...민희진 “날 찍어내려는 희대의 촌극”

하이브-어도어 진흙탕 싸움 예고
민희진 "경영권 찬탈, 배임 의도 없어
지인인 무속인과 사담 나눈 것뿐
투자자 만나 얘기 나눈적도 없어"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 정황 발견
"기자회견 내용, 답변 가치없다"

김영진 기자|2024/04/25 16:35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하이브 경영권 탈취 의혹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내 대표 기획사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하이브가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고발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민 대표 역시 "하이브가 나를 배신했다"고 맞서며 '진흙탕 싸움'을 예고했다.

하이브는 25일 오전 어도어에 대한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경영권 탈취 계획, 외부 투자자 접촉, 하이브 공격용 문건 등 경영권 탈취 시도 정황을 발견했다며 민 대표를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브 측에 따르면 민 대표는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으며 아티스트와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 민 대표와 하이브 간 계약을 무효화하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이미 알려진 "궁극적으로 하이브를 빠져나간다"는 발언 역시 민 대표의 발언으로 확인됐다.
하이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민 대표가 무속인에게 코치를 받아 어도어를 경영해 왔다면서 민대표와 무속인이 나눈 장문의 대화록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무속인이 민 대표에게 '3년만에 회사를 가져오라' 등의 조언을 하고 민 대표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안, 스톡옵션, 신규레이블 설립 방안 등을 무속인에게 검토 받았다. 하이브는 "실제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인 시점이 무당이 코치한 시점과 일치한다"며 "민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하이브 주식의 매도 시점도 무속인과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이러한 하이브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가 나를 써먹을 만큼 써먹고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찍어누르고 있다"며 "경영권 찬탈을 계획하거나 의도하지 않았고 배임 행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실적을 잘 내고 있는 계열사 사장인 나를 찍어내려는 하이브가 배임"이라며 "(일련의 사태가) 제 입장에서는 희대의 촌극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또 외부 투자자를 만났다는 하이브의 주장에 대해서도 "제가 누굴 만나서 어떤 투자 이야기를 나눴는지 하이브에게 직접 듣고 싶다"며 "저는 투자자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 지금은 말 할 수 없는 계약 내용이 있는데 나는 이것 때문에 하이브에서 죽을 때까지 못 벗어날 수도 있다"고 부인했다.

하이브가 경영권 탈취 시도 정황이라며 공개한 대화방 내용에 대해서도 "저와 박지원 하이브 사장은 서로 반말을 할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나올 수 있는 장난스러운 이야기고, 또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야기다"라고 해명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를 경영권 탈취 등의 배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하이브
어도어 경영사항을 무속인에게 코치받아 이행해왔다는 하이브의 주장에 대해서도 민 대표는 "저는 지인 중에 무속인이 있다"며 "다들 점 보러 가면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것처럼 나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현재의 논란이 이어지기까지 자신이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항변했다. 이런 가운데 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하는 것을 보며 하이브가 자신을 버리겠다는 의미로 느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럴거면 왜 '멀티레이블'을 왜 하려고 하는지 따지고 싶다"며 "각 레이블마다 개성을 살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보도자료를 통해 "민 대표는 시점을 뒤섞는 방식으로 논점을 호도하고, 특유의 굴절된 해석기제로 왜곡된 사실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발표했다"며 "당사는 모든 주장에 대해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나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민 대표에게 "거짓말을 중단하고 정보자산을 반납하고 신속히 감사에 응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며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K-팝을 대표하는 기획사 하이브와 민 대표의 공방이 '진흙탕 싸움'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하이브는 민 대표를 추출하고 '뉴진스'를 보호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 대표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싸움은 지난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하이브는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내세우며 빅히트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쏘스뮤직 등의 산하 레이블을 두고 있다. 이번 사태로 균열이 발생한 것은 사실인 만큼 하이브식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번 사태가 민 대표의 사임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하이브가 멀티레이블의 근본적인 문제의 대안을 제시 못한다면 이러한 사태는 향후에도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비슷한 콘셉트의 반복이나 답습은 K-팝 신에서 분명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