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에 1767조 지출…‘노동 갈등’ 가장 높아

韓 '첫 갈등 보고서' 살펴보니
1232건 DB 활용해 비용 산출
추상적 개념 수치화…해석에 한계
비용은 '이념' 빈도는 '노동 최고
2019년 이후부터 갈등 비용 감소
펜데믹 영향 집회·시위 등 줄어

김임수 기자|2024/04/29 19:20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의 갈등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높은 편으로 잘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2007년 대통령령으로 '공공기관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공공갈등관리규정)'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29일 공개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분석' 보고서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는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갈등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수치화하는 데 있어 학자마다 견해가 달라 보고서 내용을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연구를 수행한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는 지방자치제도가 본격화한 1990년부터 2022년까지 총 1232건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공공갈등 비용을 산출했다. 구체적으로 △500명 이상이 집단적으로 행동을 조직한 경우 △공중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최소한 100명 이상 집단적으로 행동을 조직한 경우가 적어도 1회 이상인 경우 △서로 상충되는 쟁점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둘 이상의 행위주체들의 상호 작용이 적어도 일주일(7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충족했을 때 '최저시급×1일 법정근로시간×참여자수×평균갈등지속기간'을 계산해 금액을 산출했다.
그러다 보니 33년간의 갈등 비용 약 2628조원 가운데 퇴진·사퇴·비리·복직을 위한 집회·시위에 따른 비용이 약 1767조원으로 가장 많이 집계됐다. 갈등이 극명하게 표출되는 것이 집회·시위이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참가자 수 등 객관적인 수치를 얻을 수 있다 보니 계산이 가능했던 셈이다.

보고서 기획에 참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집회·시위 참여자 숫자를 정확하게 산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시작과 끝이 명확한 것도 아니여서 결과를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있다"고 전했다.

갈등 비용 측면에서 전체의 75%를 차지한 것은 이념 갈등이지만 빈도에 있어서는 노동 갈등이 약 26%로 가장 높았다. 이후 계층·지역갈등이 약 22%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고, 환경 갈등 약 14.0%, 교육 갈등이 약 10.0%, 이념 갈등이 약 6.0%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념 갈등의 경우 한번 생기면 지속 기간이 길고 참여하는 이해관계자가 광범위해 경제적 손실이 클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결과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여다보면 2019년 4대강 보 해체 반대에 따른 환경 갈등으로 약 13억원이 소요됐다.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서도 △2017년 약 129억 △2018년 약 785억원 △2019년 813억원 등 매년 수백억원이 갈등에 사용됐고, 2011년 대학의 반값 등록금을 촉구하고 시작된 갈등으로도 2011~2012년 수십억원이 낭비됐다.

보고서에는 2019년 이후 갈등 비용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사회적·심리적 환경들이 변하고 공공장소에 모이지 못하면서 집회와 시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내제된 갈등이 분출하기도 했지만 보고서가 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은 한계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