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몸살’ 이대 상인들 “버티기 힘들어”
박주연 기자
2024/05/02 18:25
2024/05/02 18:25
3~4개 점포 연달아 '임대문의'
신촌·이대 공실률 1분기 18.3%
"MZ 소비 변화 못따라가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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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4시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1 일대.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바로 맞은편 3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비어있다. 한 점포 건너 3~4개 점포가 연달아 '임대문의' 현수막을 줄줄이 걸어놨다. 한때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던 미샤·클리오 등 K-뷰티 매장은 모두 자리를 뺐다. 정문부터 신촌역까지 이어지는 250여 m 메인 거리인 '이화여대길'의 1층 공실만 세었을 때 57개 점포 중 빈 점포는 33개였다.
이화여대길 대로변에서 이화여대7길로 진입하는 골목마다 5개 점포가 이어지는 한 블록 전체가 공실이기도 했다. 그다음 블록도, 왼쪽 블록도 어느 방향으로 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초토화된 골목을 지나가는 한 남학생은 창문에 빨간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X자가 그려진 건물을 바라보며 "여기 완전 폐가촌 같네"라고 옆 친구에게 말하며 지나가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이대 상권이 활기를 찾지 못하고 오히려 늘어나는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물가 기조에 MZ세대들의 소비 행태도 온라인 위주로 바뀌면서 이대 앞 오프라인 상권은 더욱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소규모상가 공실률 자료에 따르면 신촌·이대 공실률은 올해 1분기 18.3%로 지난해 1분기 12.3%보다 6% 증가했다. 신촌·이대지역의 공실률은 올해 1분기 서울 전체 공실률(5.7%)의 3배를 웃돈다.
이대 주변 상권은 서울을 대표하는 패션과 미용의 중심지였다. 1990년대까지 종로와 명동과 함께 '강북 3대 상권'으로 꼽히던 시절도 있었고, 1999년 스타벅스를 비롯해 미샤·미스터피자 등 인기 업체가 이대 앞에 1호점을 내기도 했다.
이대 인근 남아있는 상인들은 적자에 허덕이며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12년 동안 이대 이화여대7길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해 왔다는 성모씨(42)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에 80~100명씩 오던 손님이 이제는 10명도 오지 않는다"며 "급하게 면접 잡힌 학생 1~2명이 어쩌다 한번 구두 사러 오는 수준이어서 영업 시간을 단축한 지 3년 됐다. 매출이 크게 떨어져 마음 고생이 큰 상황이라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신촌·이대지역 활성화를 위해 계획 수립에 대한 용역 중"이라며 "용역 결과를 토대로 지역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상권을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