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일치의 사표’ 송광사 방장 현봉스님 영결식 엄수

진우스님 "그림자 없는 나무 되어 우리와 함께 할 것"

황의중 기자|2024/05/05 21:58
전남 순천시 송광사 선호당에서 5일 열린 현봉스님의 영결식에 참석해 헌향하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제공=조계종
조계총림 순천 송광사 방장(총림의 최고 어른) 현봉스님의 영결식 및 다비식이 5일 송광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종단 스님, 문도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수됐다. 현봉스님은 지난 1일 송광사 삼일암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원적했다.

조계종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남은당 현봉 대종사 총림장 장의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남 순천시 송광사 선호당에서 현봉스님의 영결식을 엄수했다.

영결식은 삼배, 영결법요, 향과 차를 올리는 헌향·헌다, 현봉스님의 이력을 돌아보는 행장 소개, 육성 법문 청취, 영결사, 법어, 추도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대종사께서는 50여년을 총림에 머물면서 선농일치(禪農一致·참선을 하면서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력 정진을 위해 농사 일을 병행하는 것)의 사표가 되셨다"며 "세연을 다하셨지만, 천년의 조계총림에 그림자 없는 나무가 되어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영결사를 했다

원로회의 부의장 보선스님은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의 법어를 대독했다. 성파스님은 "금일 남은당 현봉 대종사 각령이시여! 이제 조계(曹溪)의 맑은 물로 조주청다(趙州淸茶)를 다려 올리니 무생락(無生樂)을 누리소서"라고 현봉스님의 원적을 추모했다. 이어 종단 안팎의 주요 인사들이 추도사와 조사를 통해 현봉대종사의 원적을 기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대독한 조사에서 현봉스님이 "흐트러짐 없는 수행으로 국민의 존경을 받은 큰 어른"이었다며 "대종사의 큰 가르침을 이어받아 어려운 이웃을 더 따뜻하게 살피고 대종사께서 염원하셨던 국민의 행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결식을 마친 후 현봉스님의 법구는 송광사 연화대에서 다비됐다.

현봉스님은 1949년 경남 사천에서 출생했으며 1974년 구산스님을 은사로 출가득도했다. 1975년 구산스님을 전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하고, 송광사 선원에서 수선안거를 시작한 이래 백련사·해인사·극락암·봉암사·수도암·월명암·정혜사·칠불사·상원사 등 제방 선원에서 32차례의 안거(安居)를 성만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송광사 주지를 지냈고 2019년 11월 조계총림 제7대 방장으로 추대됐다. '선에서 본 반야심경' '너는 또 다른 나' '운옥재문집' '솔바람 차 향기' '밖에서 찾지말라' '일흔집' 등의 저서를 남겼고 '용악집' '구산선문' '목우자 수심결' 등을 편역했다. 또한 현봉스님은 조계총림 송광사의 수행가풍을 선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가르침을 계승한 목우가풍(牧牛家風)을 중시했다.

손수 농사일 하는 현봉스님./제공=조계종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남은당 현봉 대종사 총림장 장의위원회
영결사를 하는 총무원장 진우스님./제공=조계종
영결식 모습./제공=조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