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파보기] “손해 못 봐”…조합 VS 시공사, 공사비 저울질에 곳곳 시름

서울·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조합·시공사 공사비 갈등
정부 대책 마련 나섰지만 대부분 법 개정 필요
“적정공사비 가이드라인 등 실효성 있는 개선책 있어야”

김다빈 기자|2024/05/07 17:50
공사비 증액을 둔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건설 관계자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건설자재 가격 및 인건비가 오르면서 공사비 증가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공사비 증액 여부를 두고 재건축·재개발 조합 등 사업 주체와 시공사 간 갈등도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 폭이 클 경우 조합원 분담금도 그만큼 늘어나 최소한의 증액을 원하는 조합과 투입된 공사비 이상의 수익성 확보를 원하는 시공사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 조합과 시공사 대우건설은 공사비 인상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 대우건설이 3.3㎡당 공사비를 546만원에서 672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대우건설은 공사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결국 조합은 공사 중단만은 막아야 한다며 입장을 선회하면서 현재 양측은 공사비 증액 협상을 벌이고 있다.

부산 진구 '시민공원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촉진4구역'도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재개발 조합에 3.3㎡당 공사비를 기존 449만원에서 1126만원으로 150%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조합은 총공사비가 1500억원에서 5400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간극을 좁히지 못해 조합과 시공사가 결별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경기 성남시 중원구 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맺은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컨소시엄은 지난해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445만원에서 672만원으로 51% 인상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업이 무산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계속 오르면서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입장 차가 더 벌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합의점 도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의 영역인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지 내 공사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공사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공사비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 개정안이 5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이달 말 21대 국회 종료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법률 개정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달 임시국회에서도 진전이 없다면 계류 법안들은 자동 폐기된다. 최근 총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차기 국회에서도 법 개정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공사비 갈등을 완화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서 정부는 법 개정만 바라볼 게 아니라 적정공사비 가이드라인 등을 업계가 활용하게 하는 등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