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슬로바키아 총리 암살시도… “생명 지장 없어”

핸들로바서 5발 총상 입고 병원행
용의자 71세男, 전직 쇼핑몰 경비원
현지 내무장관 "정치적 동기 보여"

최효극 기자|2024/05/16 18:14
슬로바키아 핸들로바에서 15일(현지시간) 총격을 받고 쓰러진 로베르트 피초 총리를 경호원들이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피초 총리는 긴급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연합
[워싱턴=하만주 특파원] 친러시아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59)가 15일(현지시간) 총 5발을 맞고 위중한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슬로바키아 정부에 따르면 피초 총리는 이날 수도 브라티슬라바 북동쪽으로 150㎞ 떨어진 핸들로바 지역에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피초 총리의 페이스북 계정의 게시물은 그가 여러 발의 총상을 입은 후 생명이 위중한 상태여서 앞으로 몇 시간이 그의 상태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 시간 후 토마스 타라바 부총리는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피초 총리의 상태가 더 이상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이번 사건을 피초 총리를 노린 암살 기도라고 규정했다. 암살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피초 총리가 펜스 너머에 몰려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다가오자 이들 사이에 섞여 있던 총격범이 무기를 꺼내 드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순식간에 총에 맞은 피초 총리는 비틀거리다가 뒤에 있던 벤치에 걸려 넘어졌고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무장한 경호원들이 뛰어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현장 동영상을 분석해 피초 총리가 다섯 발의 총상을 입었다고 알렸다.

현지 매체는 용의자는 71세 남성으로 전직 쇼핑몰 경비원이었으며 그의 아들은 그가 합법적인 총기 면허 소지자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범행 동기는 즉각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마투스 수타이 에스토크 내무장관은 취재진을 만나 "이 암살 시도는 정치적 동기가 있고 용의자는 지난달 선거(대통령 선거) 직후 범행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피초 총리는 2006∼2010년 첫 번째 임기에 이어 2012∼2018년 연속 집권하는 등 모두 세 차례 총리를 지냈다. 그는 2018년 고위층 부패를 폭로하던 언론인 얀 쿠치악 살해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로 총리에서 물러났으며, 이 시위는 슬로바키아 사회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켰고, 이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