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효도밥상 덕에 활력”… 마포 어르신들 웃음꽃

무료 급식 현장 가보니
"혼자 살아 끼니 챙기기 귀찮았는데
밥 먹고 동네친구 만나 너무 좋아"
최근 반찬공장 건립, 1000명분 공급

김소영 기자|2024/05/21 17:59
박강수 마포구청장(뒷줄 왼쪽 두번째)이 21일 서울 마포구 효도밥상경로당에서 열린 주민참여 효도밥상 제공 행사에서 어르신들의 식사를 챙기고 있다. /정재훈 기자 hoon79@
"집에 우두커니 앉아 있으면 해먹기도 싫고 그러다 보면 하루 한 끼도 안 먹을 때가 잦아요. 여기 오면 사람도 만나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밥도 먹고 앉아 있다 가니 참 좋아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쌈지경로당. 올해 85세인 남춘자씨는 아침식사를 위해 어김없이 경로당을 찾았다. 혼자 지내면서 매번 끼니를 차려먹기 귀찮아 하루 한 끼만 먹었다던 남씨는 마포 '효도밥상'을 통해 활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남씨는 "동네 친구들하고 마실 삼아 같이 나온다. 찬도 많이 나오고 음식이 맛있다"며 호평했다.

마주 보고 앉아있던 또 다른 어르신은 남씨의 호평에 공감하며 "할머니들은 심심해. 같이 나오니 좋고 그늘에 앉아있다 들어가니 덜 외롭지"라며 엄지를 들었다.
남씨 외에도 쌈지경로당을 찾은 어르신들은 식사와 함께 반나절 사이에 이뤄진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적막했던 경로당이 어르신들의 '행복집합소'가 된 것이다.

이날 방문한 쌈지경로당에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6명분의 급식을 들여온다. 경로당 인근 200m 이내 거주하는 75세 이상 독거어르신들을 선정해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주말인 토~일요일에는 집에서 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밀키트를 전달해 하루 한 끼를 전하고 있다.

남씨는 "이렇게 맛있게 먹으니 아이들도 걱정도 덜하고 또 매일 뭐 먹을지 고민을 안 한다"며 "먹은 지 딱 한 달 된 것 같은데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효도밥상은 초고령사회 속 어르신들의 끼니를 책임지겠다는 박강수 구청장의 일념 하나로 기획됐다. 박 구청장은 "일주일에 한 번 경로당을 방문해 끼니를 챙겨드리는 건 무슨 건강관리"냐며 "단 하루도 굶지 않도록 잡수시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약 1년 전 사업 초기에는 7개 급식 기관과 160여 명의 지역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효도밥상은 평균 이용률이 90%에 달하며 사업 확대 요청이 쇄도했지만 예산 문제 등 난항도 겪게 되면서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도래했다.

정부지원금도 없어 오롯이 구비와 후원금으로 근근이 이어가다 사업에 대해 공감하는 후원자가 꾸준히 증가하게 되면서 약 10억원에 이르는 기탁금품이 모였다. 지난 4월부터는 거점형 조리시설인 '효도밥상 반찬공장'도 건립해 1000여 명분의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반찬공장에서는 상시 근로자와 자활근로자, 노인 장애인 일자리 근로자가 매일 1000명분의 신선한 국과 6가지 찬을 공급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반찬공장을 통해 하반기 효도밥상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또 구는 효도밥상을 통해 어르신들의 안부를 매일 확인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90% 이상의 어르신들이 이용하고 있어 출석을 안 한 경우에는 직접 전화를 걸거나 부재중일 시 자택을 방문해 건강 이상을 체크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 어르신이 효도밥상에 출석하지 않자 바로 자택 방문 후 쓰러져 있던 당사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도 있다.

박 구청장은 "요즘에는 '우리 어머니·아버지가 화색이 너무 좋으세요' '안심이 된다' 이런 연락이 많이 온다"며 "전국적으로 모범이 되는 효도밥상을 통해 노인 원스톱 복지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