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산책] 신선한 스토리로 현혹...갈팡질팡 서사에 당혹
29일 개봉하는 영화 '설계자'
흉기, 총기 없는 청부살인 소재
극 초반 박진감...주인공 내면 초점
통쾌함 대신 생뚱맞은 결말에 아쉬움
조성준 기자|2024/05/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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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개봉하는 '설계자'는 청부 살인이란 낯익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총기나 흉기를 동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꽤 신선하고 이질적인 범죄 스릴러물이다. '우리 주변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기 일쑤인 말도 안되는 사고들이 과연 진짜 사고일까'란 음모론적인 시각에 기초한 차별화 지점으로, 변장과 바이크 운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팀워크를 발휘하는 극 초반은 비교적 박진감이 넘친다.
그러나 중반부터 주인공 '영일'의 내면처럼 드라마도 갈팡질팡하며 갈 길을 잃는다. '영일'은 '재키'에서 '월천'으로, '월천'에서 사고 처리 전문 보험사 직원인 '이치현'(이무생)으로 의심의 대상을 계속 바꿔가며 확신의 정도를 끌어올리지만 오히려 막판에는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에 빠진다.
강동원은 특유의 '차가운 열연'으로 일관한다. 캐릭터가 요구하는 연기 스타일이었겠지만, 투수가 직구만으로는 타자를 압도할 수 없다는 걸 알려주는 사례다. 또 6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미숙은 무게감을 더하지만, 등장에 비해 퇴장이 너무 느닷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2010년 국내에서 개봉했던 홍콩 영화 '엑시던트'가 원작이다. 두치펑(두기봉) 감독이 제작한 작품으로, 앞서 그가 제작자로 나섰던 또 다른 영화인 '천공의 눈'이 설경구·한효주·정우성 주연의 '감시자들'로 리메이크된 적이 있다. 등장인물들이 기계처럼 임무를 수행하는 '설계자'의 초반부가 '감시자들'을 연상시킨다면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