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부결] ‘이탈표 단속’ 성공한 與… 22대 국회서 재추진 벼르는 野

'채상병특검법'으로 불리는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국정 대혼란은 일단 피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표결 결과 야권에서 특검법 반대표가 나왔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되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리더십에 손상을 입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경북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을 두고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초동 수사 및 경찰 이첩 과정에서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규명하고자 특검을 도입하는 법안을 같은 해 9월 발의했다. 채상병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돼 지난달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달 2일 단독으로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지 14일 만인 지난 21일 특검법안이 헌법정신과 특검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수사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날 부결·폐기된 채상병특검법은 대통령이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민주당)에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고, 해당 교섭단체가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면 3일 안에 이들 중 1명을 임명해야 하도록 했다. 수사 기간은 90일(준비기간 포함)이고, 대통령 승인으로 30일 연장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채상병특검법안에 여러 독소 조항이 있다며 반발해 왔다. 채상병 사망 사건 고발 당사자인 민주당만 특검 추천 권한을 갖도록 한 것이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을 침해할 위헌 소지가 있고, 수시로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민주당이 이 사안을 정쟁으로 끌고 가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해 9월 채상병 사망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채상병특검법이 부결·폐기됨으로써 그동안 정국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줬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있어서 반전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범야권이 192석을 앞세워 22대 국회에서 채상병특검법을 단독으로 재추진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의결에서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8표가 이탈할 가능성이 이번 표결 결과로 더욱 낮아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입장에서 기존 방침인 공수처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벌게된 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채상병특검법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현재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사안으로 결과가 미진하면 직접 특검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달리 이재명호(號) 민주당에는 역풍이 닥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나왔다면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당내에 이 대표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의원들이 있다는 얘긴데, 지난번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이어 두 번째로,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쉽게 넘어가기 어려운 고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