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무력화 제동… 野 이탈표 더 많았다

채상병 특검법 본회의 부결
294명 중 찬성 179·반대 111·무효 4명
與 공개 찬성 5표… 野 반대표 나온듯
민주, 22대서 '당론 1호 재발의' 공언
전세사기특별법 등 5개 법안 野 단독처리

김명은 기자|2024/05/28 18:05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8일 열린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안철수 의원(위)과 최재형 의원이 추경호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채상병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돼 최종 폐기됐다.

이날 무기명 투표 결과 채상병특검법은 재석의원 294명 가운데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법안이 처리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재표결에는 재적 인원 296명 가운데 무소속 윤관석·이수진 의원 등 2명이 불참했다. 당초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의원을 제외하고 표결이 가능한 재적의원 295명 전원이 본회의에 참석한다고 가정할 때 찬성표가 197표가 나오면 특검법이 가결되는 구도였다. 특검법에 찬성하는 범야권 의석수가 180석으로, 국민의힘에서 17표가 '반대' 당론에서 이탈하면 특검법은 통과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이날 이수진 무소속 의원이 본회의에 불참함으로써 가결 정족수가 196석으로 줄었다. 야권 출석 의원 179명이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면 수치상으로 국민의힘에서는 이탈표가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검법 재표결 전 안철수·유의동·김웅·최재형·김근태 등 국민의힘 의원 5명이 공개적으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터라 되레 야권에서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도 분석된다. 특히 반대가 111명으로 국민의힘 의원 113명 중 2명 정도가 찬성한 셈으로도 볼 수 있다.

채상병특검법이 부결되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장은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채상병특검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재발의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여야 대치는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22대 국회에선 범야권 의석이 192석으로 늘어나면서 여당으로선 채상병특검법을 비롯한 쟁점법안에 대한 표 단속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표결 결과 야권에서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여당 이탈표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야권의 특검·쟁점법안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22대 국회에서도 반복될 공산이 커져서다. 당초 민주당이 각종 특검·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대통령 거부권을 거쳐 재의결될 경우 여당에서 8표만 이탈해도 법안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이번 결과처럼 여당 이탈표가 최소화된다면 법안 통과를 지속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예우관련법 제정안, 4·16세월호참사피해구제지원특별법 개정안, 지속가능한한우산업지원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등 5개 쟁점 법안을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상정해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들 법안이 여야 간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리되는 것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결국 21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정쟁에 매몰돼 민생법안을 걷어차고 '법안처리율 역대 최저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마무리하게 됐다. /김명은 기자 mes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