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공정 제어시스템 입찰 담합 13개 사업자… 과징금 104억
2015~2023년 장기간 '눈속임' 담합
과징금액 피에스이엔지>한텍>타스코
한제윤 기자|2024/06/02 12:00
|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삼성SDS가 발주한 총 334건의 반도체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 관련 입찰에 참여한 피에스이엔지, 메카테크놀러지, 한텍, 타스코 등 12개 사업자는 낙찰예정자·투찰가격 등을 담합했다.
대안씨앤아이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 참여한 사실은 없지만, 피에스이엔지가 지난해 대안씨앤아이에 분할합병하고 폐업함에 따라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삼성SDS는 2015년 원가절감 차원에서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운영되던 제어감시시스템 조달 방식을 실질적 경쟁 입찰로 변경했다.
오행록 공정위 제조카르텔조사과장은 "2015년 이전에는 각 품목마다 강점을 가진 업체들이 하나씩 유력 업체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찰 과정 없이) 대부분 그 업체와 계약을 맺는 형태였다"라고 설명했다.
경쟁 입찰 방식으로 변경된 후부터 12개 협력업체는 저가수주를 방지하고, 새로운 경쟁사의 진입을 막기 위해 담합 행위를 벌였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12개 협력업체가 9년 간 유지한 담합 방법은?
이들은 주로 유선 연락이나, 메신저를 통해 낙찰예정자 및 투찰가격 등을 합의했다. 주로 각 품목별 낙찰예정자가 들러리사에 견적서 또는 투찰가격을 전달하면 들러리사는 그 내용대로 투찰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진행됐다. 그 결과 담합이 이뤄진 334건 중 323건에서 합의된 낙찰예정자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들이 오랜 기간 공정위의 눈을 피해 담합을 벌일 수 있던 이유는 발주처의 담합 의심을 피하기 위해 때마다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번갈아 낙찰을 받았기 때문이다.
협력 업체끼리의 합의도 한 몫을 했다. 강재서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경쟁과 조사관은 "협력 업체 간 낙찰 예정 품목에 대해서는 서로 침범하지 않기로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장기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에스이엔지와 타스코는 사실상 동일인의 지배 아래 있는 하나의 사업자에 해당하지만, 발주처의 담합 의심을 피하기 위해 SMCS 공사를 번갈아 낙찰받았다. 원칙적 낙찰예정자로 합의된 사업자가 있었지만, 일부 입찰에서 일부러 다른 사업자를 낙찰예정자로 합의한 셈이다.
◇사업자별 잠정적 과징금… 피에스이엔지>한텍>타스코
피에스이엔지(대안씨앤아이)가 24억2100만원으로 가장 고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한텍(20억3700만원), 타스코(20억2300만원), 메카테크놀러지 (11억8700만원), 아인스텍 (11억3400만원), 협성기전(4억6500만원), 파워텔레콤(4억2800만원), 창성에이스산업(3억9300만원), 코리아데이타코퍼레이션(2억2000만원), 두타아이티(9200만원), 창공에프에이(3800만원), 한화컨버전스(2100만원) 순이다.
◇반도체 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이 중요한 이유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물질 또는 발생 부산물은 누출될 경우 인체에 매우 유해하다. 또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미세한 온도 변화에도 품질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각기 다른 최적의 반응 조건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공정에 제어감시시스템은 공장 내 최적 조건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이번 사건 입찰의 최종 수요기관은 대부분 삼성전자였다. 삼성SDS는 삼성전자 등의 위탁에 따라 SMCS, PCS, FMCS를 각각 공사, 제어판넬, 소프트웨어 입찰로 분리해 발주했다.
SMCS는 유해가스의 누출을 감시하고, 누출 시 비상방송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하는 시스템이다.
PCS는 생산 설비에 공급된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배출하기 위해 설치된 펌프, 칠러(화학물질 냉각장치), 스크러버(화학물질 정제·배출 장치) 등에 대한 제어감시시스템이다.
FMCS는 공장의 공기 순환·전력 공급 등과 관련한 설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도록 제어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담합을 적발·제재한 최초의 사례"라며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고질적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행록 과장은 "공정위는 지난 5월 1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민생 밀접 분야 불공정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라며 "민생 관련 담합이나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등을 알고 계신 분은 적극적으로 신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