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햄릿의 변주...2色 ‘햄릿’ 온다

죽은 자 시선으로 본 '햄릿', 전무송·박정자·손숙 등 원로들 총출동
여성 햄릿 앞세운 국립극단 무대 내달 개막...이봉련 주연

전혜원 기자|2024/06/09 10:54
국립극단의 연극 '햄릿' 주연배우들. 배우 이봉련(가운데)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햄릿 공주 역을 맡았다. /국립극단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새롭게 변주한 작품들이 관객과 만난다.

죽은 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손진책 연출의 '햄릿'이 9일부터 장장 84일간의 장기 공연에 돌입하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덴마크 왕자 햄릿 대신 '여성 햄릿'을 내세운 국립극단의 '햄릿'이 다음 달 무대에 오른다.

신시컴퍼니가 제작한 연극 '햄릿'은 고전 해석에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 연출가 손진책이 2016년, 2022년에 이어 3번째로 연출을 맡았다. 이전 작품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를 고민하는 햄릿을 다뤘다면, 이번 공연은 죽은 자들의 시선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야 하는 법을 고민하는 작품으로 재구성한다.
손 연출은 "2022년 '햄릿'은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 내면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에는 살아 있는 채로 죽은, 죽은 채로 살아있는 '사령'들의 연극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배우들이 무당처럼 이승과 저승을 오가면서 관객들이 삶과 죽음의 의미를 고찰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무대와 의상, 안무도 이전 '햄릿'과 많이 달라진다. 관객이 무대 위에서 '죽음이 증식하는 과정'을 생생히 목격하도록 무대 뒤쪽을 높인 '경사 무대'가 선보인다. 또한 무채색의 현대 복식을 통해 오로지 실루엣과 질감의 차이만으로 인물 특성이 발현된다. 죽음이 만연하는 상황을 배우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안무가 정영두의 안무도 눈길을 끌 예정이다.

신시컴퍼니가 2022년 선보인 '햄릿' 공연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연극계 대선배들이 조연과 앙상블로 출연하고 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는다. 60년 경력의 최고령 배우 전무송과 이호재가 유령 역으로, 박정자와 손숙이 각각 배우1, 배우2로 분한다. 정동환과 길용우는 햄릿의 숙부 클로디어스를 연기하며 김성녀와 길해연은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 역에 캐스팅됐다. 주인공 햄릿 역은 강필석과 이승주가 맡는다. 또 그룹 에프엑스 출신 루나가 오필리어 공주 역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9월 1일까지 서울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신시컴퍼니가 선보이는 연극 '햄릿의 제작진과 출연진들. /신시컴퍼니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햄릿'은 주인공 햄릿의 성별을 여성을 바꾸는 등 주요 배역의 성별에 변화를 줬다.

배우 이봉련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햄릿 공주 역을 맡았다. 성별은 변했지만 해군 장교 출신의 왕위계승자인 햄릿의 역할은 그대로다. 햄릿의 상대역인 오필리어도 남성으로 바뀌었고, 길덴스턴, 호레이쇼, 마셀러스 등 햄릿 측근 인물들도 여성으로 설정했다.

기독교적 세계관과 고대 서양의 원전을 출처로 한 원작을 대거 각색한 점도 눈에 띈다. 중세 유럽 왕국에서나 나올법한 예법과 시적인 대사를 현대 언어로 수정했다. 햄릿과 갈등하는 클로디어스의 선택과 결단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등 등장인물의 선악 구분도 모호하게 재구성했다.

2011년 극단 '달나라동백꽃'을 창단한 뒤 연극 '엠. 버터플라이', '20세기 블루스' 등을 연출한 부새롬이 윤색과 연출을 맡았다. 극본 각색은 연극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로 2022년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받은 정진새가 했다.

이번 공연은 2020년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으로 제작됐지만 코로나19 재확산 탓에 오프라인 공연이 미뤄졌던 작품이다. 그간 온라인 공연으로만 관객을 만나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정식 공연을 개최한다. 7월 5∼29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