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실망감에 ‘박스권’ 맴도는 코스피… “세법 개정 필요”
국내 지수 상승률 나스닥 13분의 1
삼성전자 약세에 주가 흐름 부진
세제 혜택 불확실성에 하방 압력 ↑
김동민 기자|2024/06/10 18:02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미국 기술주 종목이 담긴 나스닥 지수 상승률과 비교하면 1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국내증시가 힘을 받지 못한 건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부진한 영향이 크다.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연초 대비 150% 오를 때, 삼성전자는 5%가량 빠졌다. 두 기업 모두 각국의 대표 우량주인 만큼, 전체 지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밸류업 관련 세제혜택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실망 매물이 출회한 점도 증시 하방 압력을 키웠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영세기업들이 주를 이룬 탓에 밸류업으로부터 소외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코스닥 지수가 연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배경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올해 초(1월 2일) 대비 총 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 상승률(16%)과 비교하면 약 13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코스피 지수 상승률이 나스닥 지수 대비 크게 뒤처진 데는 삼성전자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7만9600원으로 출발한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종가(7만5700원) 기준 4.9% 떨어진 상태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주가가 151% 오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삼성전자 주가 부진 배경에는 엔비디아향 HBM(고대역폭메모리) 납품에 대한 불확실성과 최근 불거진 파업 이슈 등이 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코스피 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25%에 달하는 만큼, 삼성전자 주가가 전체 지수 흐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 지수는 기업 밸류업 기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저 PBR(주가순자산비율)주 중심으로 매수세를 늘리면서, 상방 압력을 받기도 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에도 국내주식을 1조5000억원어치 사들이면서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부터 현대차(3조2554억원), 삼성물산(1조2196억원), 기아(8498억원), KB금융(6368억원) 등을 대거 사들였다.
다만 밸류업 관련 세제혜택 정책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목받으면서 실망 매물도 함께 발생했는데, 이 역시 하방 압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앞서 금융당국에서 밸류업 세부내용을 공개할 때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세제혜택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지 않았고 여전히 기업의 자율성에 기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당시 밸류업 가이드라인 1, 2차 발표 직후 코스피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세제혜택에 대한 불확실성은 코스닥 지수에 더 큰 타격을 안겨줬다. 연초 대비 코스닥 지수는 1.6% 하락한 상태다. 코스닥 상장사 대부분이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이들 입장에선 세제지원이 없으면 주주환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상대적으로 밸류업 수혜를 받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다. 그 밖에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등 코스닥 시장에서 우량주로 꼽히는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펀더멘털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증시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상장사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하는 것과 동시에 금융당국도 구체적인 세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일본 사례를 비춰봤을 때, 정부가 최종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기업들이 잘 따라오면 국내 증시는 오를 수 있다"며 "기업들이 2분기부터는 밸류업 공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고, 그때쯤이면 내년 세법 개정안도 나오기 때문에 증시 탄력이 붙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증시도 반등할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이 실장은 "국내증시가 저평가받는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기업 지배구조가 미흡 이슈가 있는 만큼,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가 포함되면 경영진과 이사회가 전보다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것"이라며 "이런 부분들이 개정되면 주가도 중장기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