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 비축·소송 준비…美진보 ‘트럼프 시즌2’ 대비
바이든 경합주 박빙열세에 불안감
낙태약 금지 등 강경 정책에 대비
"또 당할 수 없다" 모든 수단 동원
최효극 기자|2024/06/1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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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박빙 열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들은 국세청(IRS)의 세무조사에 대비해 회계 법인과 새로 계약을 맺는가하면 민주당이 주지사를 맡고 있는 주에서는 낙태약 대량 비축에 나섰다.
민주당은 물론 진보 활동가와 민주주의 감시단체 등은 트럼프의 재집권이 자신들의 의제(agenda)뿐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 자체에 심대한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낙태약인 미페페리스톤(경구 임신중절제)에 대한 연방의 승인을 철회하거나 19세기 식 도덕적 잣대로 범죄시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미페페리스톤을 대규모로 비축했다고 말했다.
인슬리 주지사는 비축분은 주 창고에 실물로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며 "트럼프 세력이 낙태약 유통을 금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 약의 유효기간은 5~6년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그 기간 동안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식품의약국(FDA)이 해당 약물의 승인을 철회할 경우 인슬리 주지사의 보좌관들은 약물이 주 경계를 넘지 않는 한 FDA가 기존 재고의 사용을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대선 시즌이면 늘 누가 집권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워싱턴 정가나 사적인 자리에서 이런 저런 말이 나돌았지만, 이번처럼 때 이르게 대규모로 트럼프의 재집권에 대비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들 진보진영은 2016년 트럼프의 예상 못한 승리 이후 그랬던 것처럼 무방비 상태로 당하지 않으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급진적 변화를 예고해 왔다. 보수화 된 사법부를 통해 정적에게 복수하고, 연방군을 민주당 지역에 보내 이민자를 집단 추방하고 난민 캠프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중도와 좌파 진영은 일단 트럼프 재집권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비상대책을 벌써 공개적으로 논의할 경우 자신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내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바이든의 낮은 지지율과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게 밀리는 것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봄에 환경 규제 등을 서둘러 처리했는데 이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공화당이 의회를 완전히 장악할 경우 1996년 제정된 '의회검토법(CRA)'에 따라 전임 정부 정책을 손쉽게 뒤집는 것을 막기 위해 기한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CRA는 의회에 정부 부처가 제출한 규제를 폐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데 의회가 규제를 폐기하려면 접수 후 의회 회기일 기준으로 60일 이내에 행동해야 한다.
트럼프 1기 정부에 대한 이들의 첫 번째 전략은 소송을 통해 정책을 법원에 묶어두는 것이었다. 어떤 경우 정책을 전면적으로 막는데 성공하기도 했고 적어도 지연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똑같은 전략으로 소송을 통해 그의 정책을 저지하거나 시행을 늦출 계획이다. ACLU는 트럼프 2기 정부가 국세청 조사로 조직을 압박해도 문제가 없도록 조직을 샅샅이 검토할 새로운 회계법인을 고용했다.
ACLU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불법 입국자 탄압, 낙태권 축소, 정치적 이유로 공무원 해고, 병력으로 시위 진압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 4개 분야에 대응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ACLU는 또 트럼프가 내란법을 근거로 민주당 도시에 요청 없이도 연방정부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에 대비해 내란법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