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얼차려로 숨진 훈련병 향한 시민 추모 이어져

19일 용산역 광장서 박 훈련병 분향소 운영
훈련병 어머니 편지 공개…"수료생 251명 중 우리 아들만 없다"

박주연 기자|2024/06/19 16:51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마련된 육군 12사단 박 훈련병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박주연 기자
'또 하나의 청춘이 별이 됐네요.' '우리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오.'

19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 용산역 광장엔 강원 인제군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 입대한 지 9일만에 얼차려를 받다가 쓰러져 숨진 고(故) 박 모 훈련병을 애도하는 분향소가 운영됐다. 시민들은 이날 길을 멈춰 분향단에 흰 국화 한 송이를 올리는 등 젊은 청춘의 죽음을 애도했다. 추모 공간 한쪽에 설치된 화이트보드에는 시민들의 애통한 마음을 전하는 쪽지들이 빼곡히 붙었다.

서울 구로구에서 온 대학생 이희조씨(23)는 "박 훈련병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 화가 많이 났다"며 "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나 또한 이런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숨진 박 훈련병의 부모 마음이 어떨지 공감이 많이 돼 추모를 직접 하고 싶어 오게됐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에서 온 김모씨(33)는 "박 훈련병 소식을 접했을 때 10년 전 군 생활이 떠올라 공감은 물론, 안타까운 마음에 꼭 와야겠다 싶었다"며 "10년 전에도 부대 안에서 부조리한 일들을 겪는 걸 많이 봤었는데, 그때마다 대충 넘어가서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 한쪽에 설치된 화이트보드에는 강원 인제군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 입대한 지 열흘 만에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목숨을 잃은 박 훈련병을 애도의 마음을 전하는 쪽지들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박주연 기자
이날 박 훈련병이 소속됐던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는 수료식이 열린 가운데 아들을 잃은 비통함과 절절한 그리움이 담긴 박 훈련병 어머니의 편지가 군인권센터에 의해 공개됐다.

훈련병 어머니는 편지에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하게 훈련시켜 수료식 날 보여주겠다던 대대장의 말을 기억한다. 우리 아들의 안전은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엇으로 책임질 것인가"라며 "망나니 같은 부하가 명령 불복종으로 훈련병을 죽였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아들 장례식에 와서 말했듯 '나는 그날(5월 23일, 아들이 쓰러진 날) 부대에 없었다'고 핑계를 댈 것인가. 아니면 '옷을 벗을 것 같다'던 말이 책임의 전부인 것인가"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