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는 ‘펑펑’ 편의시설은 전무(全無)…오산시, 도로 위 멈춰 선 장애인 휠체어 왜?

매년 보도 정비사업 연평균 3억원씩 지출-市
인도 침하 평탄화작업으로 ‘눈 가리고 아옹’-“아우성”

김장중 기자|2024/06/23 16:07
전동 휠체어를 탄 오산지역 한 장애인이 인도 위 장애물로 도로위를 달리고 있다./김장중 기자
경기 오산시가 매년 인도 정비사업에 나서면서도 정작 장애인 이동에 대해서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대대적인 시설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지역 장애인 단체에서 이같은 문제에 대한 대책을 시에 요구했지만 수년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시에 따르면 지역 보도의 총 연장은 324㎞로 정비사업에는 매년 3억원 이상의 혈세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휠체어가 이동하기에는 인도 곳곳에 설치된 각종 표지판과 신호등, 제어기 등으로 폭이 좁아져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도시계획 수립에서부터 제대로 된 인도 폭을 확보치 않아 지금은 '보도 위' 가 아닌 '도로 위' 휠체어로 목숨을 건 곡예운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가 수억원으로 매년 인도에 대한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보도 침하에 따른 평탄화 작업에 그쳐 '눈 가리고 아옹'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장애인, 고령자 등이 이용하는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등을 포괄하는 '보행보조용 의자차'는 '차량'이 아닌 '보행자'로 간주한다.

최근 도로교통공단이 전동휠체어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4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3% 326명이 차도를 이용해 운행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34명은 '장애물·불법주정차 등에 따른 인도 이용 제한으로 차도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오산시 관계자는 "장애인 이동을 위해 시는 우선 보도 턱 낮춤 등의 공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지역의 구도심 경우에는 보도 확장 공사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관련 부서와 협의를 진행해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김모(59)씨는 "오산지역 어디를 가더라도 휠체어로 이동을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시는 매년 보도 정비사업을 하면서도 장애인을 위한 공간 확보에는 눈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금은 꼬박꼬박 잘 걷어가는 오산시가 앞으로는 누구나 평등한 삶의 보장을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