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투포커스]소상공인 대위변제액 1조 넘어·폐업 ↑…“내수 활성화·부담 경감시킬 정책 필요”

소상공인 대위변제액 올해 들어 70% 넘게 급증
양부남 의원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 상환 기간 연장 등 과감한 대책 필요"

오세은 기자|2024/07/01 13:03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지난 6월 3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금리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 소상공인이 갚지 못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대신 갚은 은행 빚이 1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때 대출을 늘렸지만 복합 경제 위기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빚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대폭 늘면서 폐업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월 지역신보 대위변제액은 1조2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1% 급증했다.

대위변제는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해준 지역신보가 소상공인 대출을 대신 갚아준 것이다. 대위변제액은 2021년 4303억원에서 2022년 5076억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지난해 1조7126억원으로 폭증했다.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껑충 뛰었으나 올해 들어서도 70% 넘게 급증했다.
올해 대위변제액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2307억원으로 가장 많고 서울(1958억원)과 부산(841억원), 경남(782억원), 인천(620억원), 경북(599억원), 대구(545억원) 등 순이다. 대위변제 규모가 대폭 커진 것은 소상공인 경영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소상공인 코로나19를 겪으며 대출을 늘렸고 시간이 지나며 상환 시기가 도래했지만 아직 은행 빚을 갚을 여력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신용데이터의 '1분기 소상공인 경영지표'를 보면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4317만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7% 줄었고 영업이익은 915만원으로 23.2% 감소했다. 또한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 이(e)커머스들로 인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계 상황에 몰려 문을 닫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지난 1∼5월 폐업 사유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은 657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8.3% 늘었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한 공제 제도로 소상공인에게는 퇴직금 성격의 자금이어서 가급적 깨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2020년 7300억원에서 2021년 9000억원, 2022년 9700억원에 이어 지난해(1조2600억원) 처음 1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1일 한국은행이 양부남 의원에게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3월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모두 1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연체액 통계는 금융기관들이 제출한 업무보고서상 실제 연체액 현황을 합산한 결과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연체 규모 기록이며 작년 4분기(8조4000억원)에 비해 3개월 만에 2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율도 작년 4분기 1.30%에서 올해 1분기 1.66%로 3개월 사이 0.33%포인트(p)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연체율 1.66%는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까지 포함한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1055조9000억원(사업자대출 702조7000억원+가계대출 353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직전 분기(1053조2000억원)보다 2조7000억원 더 늘어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갱신했다.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지난 6월 3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협의회'를 열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영세 음식점에도 배딜비를 신규 지원하는 방안과 전기료 지원 기준을 완화해 최대 50만 명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경영애로를 겪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정책자금과 보증부 대출 상환 기간을 연장하고 고금리를 저금리로 바꿔주는 대환대출 대상도 중저신용 차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소상공인의 채무조정을 위해 새출발기금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지원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양부남 의원은 "고물가·고금리에다 내수 부진까지 지속되며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연쇄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관행적인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를 진작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채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등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소비위축과 비용증가로 소상공인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내수를 활성화하고 각종부담을 경감시킬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신용보증재단별 잔액, 사고, 대위변제 현황(단위 : 건, 억원, %)./제공=양부남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