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주고 밀어주고’… 부동산 불황에 건설사들 “뭉쳐야 산다”

롯데·신세계건설, 그룹으로부터 신규 건설 공사 확보
"공사비·미분양 부담 나누자"…컨소시엄 구성도 활발

김다빈 기자|2024/07/02 14:53
한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연합뉴스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미래 일감 확보를 위한 건설사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내부적으로는 모기업·계열사와 협력해 사업 확대에 나서는 한편, 밖에서는 다른 건설사와 힘을 합쳐 시공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달 28일 그룹 계열사 롯데바이오로직스과 인천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 신설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은 12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이다. 오는 2026년 말 완공 예정이다. 공사비는 8750억원 규모로 롯데건설은 적지 않은 금액의 일감을 그룹사에서 확보했다.

롯데건설은 그룹사로부터 든든한 유동성 지원도 받고 있다. 올해 2월 롯데 그룹사들은 금융사·롯데건설과 함께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펀드를 새로 조성했다. 이 펀드를 통해 롯데건설은 5조4000억원 수준의 PF 우발 채무 중 2조3000억원 규모의 PF 대출 만기 상환 시기를 3년 더 연장할 수 있었다.
올해 1분기 3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신세계건설도 그룹사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신세계건설은 신세계그룹이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인천 '스타필드 청라' 시공권을 따냈다. 8277억원 규모 신축 공사와 함께 이곳 전기공사(1011억원) 사업권도 확보하며 9238억원에 달하는 먹거리를 쌓았다. 사업은 서구 청라동에 지하 3층∼지상 8층 규모의 스타필드 쇼핑몰·멀티 스타디움 등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모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신세계건설은 현재 재무적 리스크도 점차 해소하고 있다. 지난 5월 신세계건설은 지난 5월 신세계그룹으로부터 65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이를 통해 800%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공사비 급등·경기 침체 등으로 수주 환경이 험난해지자 다른 건설사와 손을 맞잡는 곳도 늘고 있다. 외부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건축·재개발사업 입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는 탓에 수주 이후 공사가 중단되거나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위험 부담을 나누기 위해 연대를 맺고 있다.

금호건설이 주관사를 맡고 DL이앤씨·계룡건설이 참여한 금호건설 컨소시엄은 지난달 2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대전 동구 '대전대동2 주거환경 개선사업 1·2블록 공동주택 건설공사 및 조성 공사'를 수주했다. 사업은 저소득 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이 지역의 열악한 주거·기반시설 등을 개량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4557억원 수준이다.

인천지역 재개발 최대어로 평가받는 '부개5구역' 재개발 시공권도 컨소시엄의 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5월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은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나선 결과 총사업비 7342억원 규모의 이곳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고 유동성 위기도 사라지지 않아 예년처럼 적극적으로 수주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어 컨소시엄 구성·사업지 선별 등으로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