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정비사업지 잡자”…용산·강남·서초서 수주경쟁 예고

삼성물산·HDC현산, 남영2구역 재개발 두고 격돌
DL이앤씨·두산건설, 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 수주경쟁
SK에코·호반건설, 방배7구역 재건축 입찰참여의향서 제출
서울 청약시장 활기 영향…"수주경쟁 확산할 듯"

전원준 기자|2024/07/03 15:38
서울 용산구 남영2구역 재개발 조합에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각각 제시한 '래미안 수페르스' 아파트 투시도(위) 및 '트리니티 아이파크' 아파트 조감도./각 사
서울의 전통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용산·강남·서초구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1군 건설사들 간 시공권 확보 경쟁이 한바탕 펼쳐질 전망이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주택사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 대조되는 양상이다. 올해 들어 서울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21일 사업비 7000억원 규모의 용산구 남영2구역 재개발 시공사 입찰에 참여했다. 이 두 건설사는 앞선 지난 2월 29일 열린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며 강한 수주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남영2구역은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과 1호선 남영역 사이 1만7658.8㎡ 일대를 지상 최고 35층짜리 아파트 565가구와 오피스텔 80실, 업무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가구당 10억원의 사업촉진비와 더불어 업무시설 일괄 매입을 사업 조건으로 내세웠다. HDC현대산업개발도 향후 2년간 확정 공사비 및 책임준공 조건으로 응수했다.
강남구 도곡동에선 DL이앤씨와 두산건설이 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권을 두고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 1일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란히 참여하면서다. 앞선 지난 4월 시공사 선정 입찰 당시에는 응찰하지 않았지만, 사업성 검토 결과 수주에 나서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1985년 620가구 규모로 지어진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816가구 아파트로 거듭날 전망이다. 공사비는 약 4295억원이다.

SK에코플랜트와 두산건설도 지난 2일 서초구 방배7구역 재건축 조합에 입찰 참여 의향서를 각각 제출했다. 방배7구역은 지하 4층~지상 19층, 316가구로 탈바꿈된다. 재건축 조합원이 81명에 불과한데다 지하철 7호선 내방역도 가까워 '알짜배기'로 꼽힌다.

공사비 급등으로 정비사업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공권 확보 경쟁이 펼쳐질 경우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상대 시공사보다 더 나은 사업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이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수주 참여 배경으로 꼽힌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일반분양한 아파트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67.1대 1로, 작년 동기(51.9대 1) 대비 3배 이상 높아졌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에 따른 정비사업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지만,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의 경우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인식이 업계 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 신규 분양 단지들이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보니 건설사들의 수주 의지도 강해지고 있다"며 "공사비가 다소 오르더라도 이를 일반분양가에 일부 반영하는 등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