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환 권익위원장, 한센마을 ‘축산악취’ 문제 ‘조정·합의’ 도출

영민마을, 축산 악취로 고통 지속
양돈 시설 양성화로 갈등 심화
유철환 권익위원장, 중재안 도출
영광군·천주교재단·농가·주민간 합의

천현빈 기자|2024/07/03 17:00
국민권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는 축산 악취로 인해 고통받던 전라남도 영광군의 한센인촌 영민마을 거주민들의 어려움이 3일 해소됐다고 밝혔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이날 오후 전남 영광군청 회의실에서 현장 조정회의를 열고 영광군 소재 한센인 정착마을인 영민마을 내 외지인 축사 운영에 따른 악취 문제와 갈등 해소를 요구하는 집단민원을 조정했다. 이 자리엔 주민 대표, 전라남도 영광군 부군수, 광주구 천주교회유지재단 이사장, 마을 축산업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영민마을은 정부의 한센인 격리정책과 사회적 차별 속에 소외된 채 떠돌거나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퇴소한 한센인들이 1974년경 천주교 광주대교구의 도움으로 현재 마을 위치에 터를 잡고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정착촌이다.
권익위는 "영민마을 거주민들은 과거 축산업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으나, 현재는 평균 나이 80세의 고령으로 모두 폐업하고 대부분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한센인들이 이곳에 정착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해 왔고, 영광군은 마을 내 주택을 건립하여 한센인들에게 무상으로 거주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토지소유자인 천주교 재단이 지난 2020년 1월 외부 일반 양돈사업자들에게 토지임대차 계약과 함께 토지사용을 승낙해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영광군이 양돈 시설을 승인하면서 마을 거주 한센인들에게 축산 악취 피해가 심화하고 민원도 다수 발생했다고 권익위는 전했다.

최근 2년간 영광군에 축사 악취 관련 민원이 21회 제기됐다. 영광군 지역 언론에 영민마을 내 양돈사업장 운영 폐해 및 문제점 관련 보도도 이어졌다. 이에 정착민들은 "마을 내 혼재된 양돈사업에 따른 축산 악취 문제를 해소해 달라"라며 지난 해 7월 국민권익위에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는 여러 차례의 현장조사와 이해관계자 협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조정안을 마련했다.

권익위는 "영광군은 정착마을 내 근본적인 축산 악취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5년 농촌공간정비사업 등 마을 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정비사업 추진 시까지만 한시적으로 양돈사업을 허용하되 축산 악취저감 및 개선을 위해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정안에 따라 토지소유자인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농촌공간정비사업 등 환경정비사업에 적극 협력하고, 정비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악취개선 노력을 조건으로 축산농가에게 한시적으로 토지를 임대해 주기로 했다.

정착마을 내 5곳의 양돈사업자는 마을 환경정비사업에 적극 협력하는 한편, 정비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사업장을 운영하되, 액비저장조·사체처리기 운영방식 등을 개선해 악취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신청인들도 마을 환경정비사업 추진과 한시적인 양돈사업 운영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유 위원장은 "축산농가·천주교 재단·영광군 등 관계자들의 양보와 협력으로 마을 내 축산 악취에 따른 갈등이 해소돼 생활기반 없이 사회의 편견 및 차별 속에 힘들게 살아 온 한센인들의 주거 환경과 삶의 질을 향상키기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센인의 권익보호와 정착촌 환경·복지개선 등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한센인들과 정착촌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함께 범정부적인 협조와 참여가 필요한 만큼 관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사회 각계각층의 각별한 관심과 동참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