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홍명보였나, 키워드는 리더십ㆍ빌드업ㆍ연속성

8일 이임생 기술이사 브리핑
리더십ㆍ빌드업ㆍ연속성 등 합격점
임기는 2027년 아시안컵까지

정재호 기자|2024/07/08 13:14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한 것과 관련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KFA)가 돌고 돌아 다시 홍명보(55)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낙점한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추렸다. 무엇보다 홍 감독의 선수단 장악 능력과 안정적인 빌드업 축구가 9월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을 통과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요소라고 봤다.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홍 감독 선임 관련 브리핑에 나선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선수단 장악과 전술적인 측면, 대표팀의 연속성 등을 감안할 때 홍 감독이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 기술이사는 홍 감독에 대해 "원팀 정신을 만드는 데 탁월하고 공수 밸런스가 좋으며 빌드업 등 전술이 뛰어나다"며 "아울러 대표팀 지도 경험이 있고 K리그1 감독상 2회 등의 성과도 더 있다"고 말했다.

홍 감독식 안정적인 빌드업 축구는 높은 점수를 샀다. 이 기술이사는 "중동 국가와 맞붙으면 상대가 움츠릴 때 빌드업으로 기회를 내야 하는데 홍 감독이 K리그에서 보여준 안정적 빌드업과 공격 전개가 선수들이 더 빨리 적응할 축구"라고 평가했다.
홍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의 개입이 없었다고 언급한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이 기술이사는 "마지막 결정도 (정몽규) 회장님께 보고하지 않았다"며 "최종 후보자 명단을 받고 회장님께 보고 드렸더니 '지금부터 모든 결정을 다 (혼자서) 하십시오'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한 것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이 기술이사는 이와 같은 홍 감독의 장점과 현재 협회가 처한 상황 등을 합쳐 총 8가지 선임 사유를 제시했다. 이 이사는 전술적 측면, 원팀 리더십, 연령별 대표팀의 연속성과 더불어 감독으로서 성과, 현재 촉박한 대표팀 일정, 대표팀 지도 경험, 외국 지도자의 철학을 입힐 시간적 여유의 부족, 외국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 등을 거론했다.

관심을 모은 홍 감독의 임기는 일단 2027년 1∼2월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2년 6개월가량이다. 이 기술이사는 "단기간 결과로 평가하기보다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싶다"고 북중미 월드컵 이후까지 지휘봉을 맡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대표팀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하고 정식 사령탑 없이 A매치 4경기를 치렀다. 협회는 그동안 100명 안팎의 외국인 후보를 검토했으나 적임자를 못 구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표팀은 홍명보 체제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은 9월부터 시작한다. 한국은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팔레스타인, 쿠웨이트와 B조에 편성됐고 9월 5일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홈에서 첫 경기를 치른다. 조 1·2위 안에 들어야 본선 직행 티켓을 얻는데 만만치 않은 중동 5개 팀이 포함돼 있다.

대사를 앞둔 협회의 홍 감독에 대한 믿음은 두텁다. 이 기술이사는 "홍 감독은 울산에서 상대 배후 공간을 효율적으로 공략했고 선수들 장점을 잘 살리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기회 창출 1위, 빌드업도 1위다. 활동량은 10위지만 그만큼 효율적으로 뛰었다는 뜻이다. 또 홍 감독은 원팀 리더십을 갖고 있고 대표팀 지도 경험도 갖췄으며 국내 체류와 관련된 문제도 없다. 다방면에서 외국인 후보보다 앞섰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