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알짜 ‘밥캣’ 움직이는 두산그룹, 득실은?
로봇-기계부문 수직계열화 이루고
에너지사업 재무부담 줄여 시너지 ↑
밥캣, 모트롤 인수 등 몸집 확장
"새로운 사업기회 찾는 기회 될 것"
이지선 기자|2024/07/17 06:00
그런 알짜를 움직이는 재편안을 두고 시장에선 갑론을박 중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 사이에선 알짜 회사인 밥캣을 떼주면서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고 보는 시선이 나온다. 두산로보틱스에만 유리한 결과라는 의미다. 또 반면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높아진 상황에서 밥캣을 지렛대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에 이득이라는 평가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사업적 시너지를 도모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두산그룹은 로봇·기계부문 수직계열화를 꾀하는 동시에 에너지 사업부문의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밥캣 이익 체력을 기반으로 신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두산밥캣은 모트롤 인수, 멕시코 신공장 설립 등으로 건설장비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과감한 투자는 그동안의 호실적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두산밥캣은 영업이익 10억달러(한화 약 1조3800억원)을 넘기기도 하면서 투자 재원을 쌓았다.
이미 수년전부터 두산밥캣은 그룹의 '효자' 역할을 했다. 2020년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여러 자산 및 사업을 매각하는 자구 계획을 시행하던 시기에도 영업익 3억달러(약 4000억원)을 거두면서다.
두산밥캣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분 46%를 들고 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인 ㈜두산이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두산에너빌리티는 중간 지주사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런 옥상옥 구조를 해소하고 사업간 시너지를 도모하기 위해 두산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핵심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쪼개 신설 분할회사 산하에 두산밥캣을 두고, 이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부분이다. 결국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가져가게 되는 셈이지만, 두산밥캣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두산에너빌리티를 쪼개기로 한 데에는 오너일가의 지배력 유지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밥캣의 시가총액이 아니라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의 가치와 두산로보틱스 지분이 교환되면서, 분할합병비율이 비교적 유리하게 책졍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식교환까지 마치면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고,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현재 62%에서 49%까지 감소한다.
득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지점은 바로 두산밥캣의 가치다. 두산에너빌리티로서는 두산밥캣을 활용해 자금을 확보, 에너지 사업에 집중할 수 있지만 두산밥캣에서 나오던 현금 창출력은 떨어질 수 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 입장에서는 밥캣 지분을 토대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기존 부채 등 재무 부담을 함께 가지고 오게 될 수 있다.
다만 두산그룹 전체의 입장에서는 신사업 재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에너지 부문의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원자력발전 시장이 살아나면서 실적을 개선하고 있긴 하지만 당장의 유동성은 덜어진 상황이다. 지난해말 기준 유동비율은 100%를 넘겼다. 따라서 밥캣 지분 등 여러 자산을 활용해 현금을 마련할 수 있고, 차입금도 1조2000억원 가량을 줄일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사업구조 재편은 효율적 경영환경 조성과 사업부문별 시너지 창출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고 넓혀가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