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일럿’ 조정석 “여장하고 힐 신고 뛰고…너무 재밌었어요”

영화 '파일럿'의 한정우 역을 맡은 배우 조정석
시나리오 읽을 때부터 공감되고 흥미로워
뮤지컬 '헤드윅' 덕분에 여장에 익숙

김영진 기자|2024/07/23 10:02
조정석이 영화 '파일럿'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했다./잼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읽을 때부터 목소리 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만큼 너무 재밌고, 제가 잘 대입됐어요. 하이힐 신고 뛰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힘들었지만 재밌었어요."

배우 조정석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 인터뷰에서 이같은 소감을 전했다. 오는 31일 개봉될 '파일럿'은 조정석이 가장 잘하는 코미디 장르와 '여장'이 만난 작품이다. 5년 전 영화 '엑시트'로 9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했던 조정석이 자신감 있게 돌아왔다.

'파일럿'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동생 한정미(한선화)로 변신, 여장으로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를 그린 작품이다.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던 한정우는 술자리에서 내뱉은 성희롱 발언으로 직장에서 쫓겨나고 이혼까지 겪게 되며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러다 눈에 띈 건 여성 기장만 뽑는다는 한 항공사. 조정석은 동생 한정미의 신분을 빌려 재취직에 성공한다.
"이 작품은 'D.P'의 한준희 감독이 제안해줬어요. 시나리오를 읽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특히 제가 한정우에 잘 대입됐어요. 그래서 술술 읽혔고요. 그런 부분에 흥미를 느껴 출연을 결심했죠."

조정석은 물 만난 고기처럼 '파일럿'을 힘있게 이끈다. 각종 예능이나 뮤지컬 '헤드윅'에서 해봤던 여장도 한몫한다. 마치 진짜 여성인 듯 조정석의 여장은 자연스러워 몰입감을 높인다. 그러면서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한정우의 목소리나 제스처가 웃음을 유발한다.

"처음부터 여장이 쉬웠던 건 아니에요. 물론 제가 '헤드윅'을 했었기 때문에 크게 힘들었던 건 아니지만 '한정미'에 어울리는 모습을 찾기 위해 꽤 고생을 했죠. 촬영 들어가기 전에 테스트를 많이 해봤어요. 목소리는 인위적으로 변형해 내고 싶지 않아 제 목소리에서 최대한 하이톤에 있는 음역대를 사용하려고 했어요. 힘들었던 건 하이힐을 신고 뛰는 장면인데, 그때가 겨울이라 셔츠만 입고 뛰는 게 춥고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재밌는 장면이 나온 것 같아 기뻐요."

'파일럿'에서 여장을 한 조정석의 모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주명(윤슬기 역), 한선화와의 호흡도 중요했다. 새 직장에서 만난 윤슬기는 이정미(조정석)의 든든한 동료가 되어준다. 이정미(한선화)는 오빠의 여장을 성사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주명 씨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인상 깊게 본 배우에요. 눈에 띄는 배우들을 직접 만났을 때 함께 해보면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주명 배우가 그랬어요. 인성도, 연기도 너무 좋았던 배우였죠. 한선화 씨와는 왜 이제 만났을까 싶을 정도로 잘 맞았어요. 오빠와 동생의 관계가 재밌게 잘 나와야 하는 영화였는데, 그 길잡이 같은 역할을 해줘서 고마웠어요."

스크린 복귀는 5년 만이지만 그간 조정석은 쉴새없이 달려왔다. 특히 처음 여장에 도전했던 '헤드윅'은 조정석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20대 때 무대에 서던 조정석은 극중 헤드윅의 나이인 40대가 되어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실제로 40대가 되어 무대에 서보니 자신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단다.

배우로 활동해오며 '좋은 배우'의 자질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조정석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인성'이었다. "저는 좋은 인성과 좋은 배우가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좋지 않은 인성을 가진 배우보다 좋은 인성의 배우가 훨씬 연기를 잘할 거라 생각한다. 분명 인성이 좋은 배우에겐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좋은 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주저하지 않음이 필요해요. 시도도 많이 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요. 무엇보다 성공과 실패를 규정하려 하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 더 나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