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의혹으로 궁지 몰린 마두로…중남미 좌파정부까지 비판 가세

주성식 기자|2024/08/01 14:44
한 베네수엘라 여성이 31일(현지시간) 파나마시티 우라카 공원에서 자국 대통령 선거에서 자행된 부정개표 논란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스페인어로 '자부심을 느껴라, 우리는 끝까지 간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AFP, 연합
베네수엘라가 대통령 선거 부정개표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중남미 주변국 정상들이 의혹의 당사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친여 성향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가 실시간 개표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개표 참관을 원하는 시민그룹을 차단한 채 6시간 만에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공식화한 것에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베네수엘라 선거 과정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영구적으로 분열시켜 더욱 심각한 폭력적 양극화로 이끌 수 있다"며 베네수엘라 정부에 투명한 개표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무장 게릴라 출신으로 지난 2022년 6월 콜롬비아의 첫 좌파 정권을 탄생시킨 페트로 대통령은 같은해 8월 베네수엘라와 단절됐던 외교 관계를 3년 만에 정상화시키는 등 마두로 대통령과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부정선거 논란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남미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개표)투명성이 높을수록 베네수엘라를 평화롭게 통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며 마두로 대통령이 결자해지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밖에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도 각각 베네수엘라 정부가 대선 이후 혼란에 빠진 정국을 수습하려면 선거 당국이 개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마두로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국제기구를 통한 압박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등 우파 성향 정부가 들어선 중남미 9개국은 미주기구(OAS)에 베네수엘라 대선 개표 결과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 위한 긴급 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아르헨티나,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우루과이 등 7개국에 대해 단교를 선언하는 등 오히려 강하게 맞받아치고 있어 당분간 고립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