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어펜져스’ 종주국서 3연패… ‘K-검객’ 오상욱 첫 2관왕

펜싱 사브르 단체 결승서 헝가리 제압
올림픽서 아시아 국가 중 최초 3연패
12년 만에 멀티 '金'으로 자존심 세워

이장원 기자|2024/08/01 17:47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 헝가리와 결승에서 승리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원, 구본길, 오상욱, 도경동, 원우영 코치. /연합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다. 에이스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은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이자 이번 대회 한국 선수 첫 2관왕에 등극했다.

오상욱,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이 나선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한국 펜싱은 2012 런던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2021년 개최)에 이어 사브르 단체전 3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종목 로테이션에 따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이 종목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아시아 국가가 올림픽에서 단체전 3연패를 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원조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 베테랑 김정환과 김준호가 빠지고 신예 박상원과 도경동이 합류하며 전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이날 금메달로 '뉴 어펜져스' 시대가 도래했음을 입증했다.
결승전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한국은 3라운드 중 15-11로 앞서다가 6라운드 한때 25-26으로 역전을 당하고 다시 30-29로 재역전하는 등 접전을 펼쳤다. 7라운드에서 맏형 구본길을 도경동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운 한국은 내리 5점을 뽑아내 점수를 35-29로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8라운드에서 박상원이 40-33으로 앞섰고 마지막 오상욱이 헝가리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며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이 순간 선수들과 원우영 코치는 피스트로 달려 나와 얼싸안고 환호했다. 이어 선수들이 원우영 코치를 헹가래 치며 기쁨을 함께 누렸고, 원 코치는 공중에서 주먹을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태극기를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친 선수들은 관중석을 '태극기 물결'로 만들어 준 팬들에게도 인사했다.

한국 펜싱 역사상 최고의 대회로 꼽히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쓸어 담은 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금메달과 동메달이 하나씩 나왔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메달이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멀티 메달'을 수확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은 한국의 하계 올림픽 300번째 메달이기도 하다.

앞선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오상욱은 이번 단체전 금메달로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한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했다. 한국 펜싱 역사상 올림픽 2관왕은 오상욱이 처음이다. 2000 시드니 올림픽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펜싱 역사에 상징적인 순간을 남긴 김영호와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한국 펜싱 여자선수 첫 금메달을 따낸 김지연도 못한 일이다. 오상욱과 구본길은 각각 개인 3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