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집값상승 불안에… 공공임대로 몰린 청년·신혼가구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 확대
LH 든든전세주택 평균경쟁률 21 대 1
서울 188가구 모집에 1만9000명 몰려
올림픽파크 포레온 장기전세도 흥행

전원준 기자|2024/08/01 18:04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집값이 꿈틀대고 보증금 미반환 등 전세사기 여파로 전월세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청년·신혼·출산가구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이 젊은 주택 수요자 사이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H가 최근 처음으로 공고한 전국 10개 지역 '든든전세주택' 1642가구 모집에 3만4669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은 21.11대 1 수준이다. 특히 서울 188가구 모집에 전체 신청자의 절반이 넘는 1만8983명이 신청하며 101대 1의 경쟁률을 썼다. 서울과 인천, 경기를 합친 1384가구 모집에는 2만9704명이 몰리기도 했다.

든든전세주택은 LH 등 공공주택 사업자가 빌라(연립·다세대주택)나 오피스텔 같은 비(非)아파트를 사들인 후 주변 시세 대비 90% 수준의 보증금으로 전세를 놓는 임대주택을 의미한다.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소득·자산 요건과 무관하게 무주택자라면 최대 8년 간 거주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약 2만5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도 신혼·출산가구 주거 불안에 따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전세주택2'를 선보였다.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인 신혼부부 혹은 모집공고일로부터 6개월 이내 혼인신고를 앞둔 예비 신혼부부가 대상이다. 지난달 23일부터 이틀 간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300가구에 대한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1만7929명의 신청자를 받아 평균 5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면적 49·59㎡ 두 개 평형으로 구분해 각각 무자녀 가구, 유자녀 가구에게 공급했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2를 포함해 올해부터 3년 간 4396가구, 이후 연간 4000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인천시 역시 하루 당 임대료가 1000원에 불과한 '천원주택'을 내년부터 연간 1000가구 규모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끈다. 예비 신혼부부와 혼인 7년 이내 신혼부부가 대상이다. 최초 2년, 최대 6년까지 월 3만원 정도의 임대료만 내면 된다. 자녀 수에 따라 전용별로 △무자녀 65㎡ 이하 △1자녀 75㎡ 이하 △2자녀 이상 85㎡ 이하 평형에 거주할 수 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집값 상승세가 뚜렷해진 데 따른 청년·신혼 및 출산가구의 주거 불안 심화를 해소하겠다는 공공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집값은 0.04% 오르며 7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같은 기간 서울(0.14%→0.38%)과 수도권(0.02%→0.19%)도 상승폭을 키우며 각각 3개월, 2개월 연속 올랐다.

아울러 전세사기 이슈로 전세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월셋값이 치솟는 등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주택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인 만큼 공공의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기조가 강화되고 수요자들 사이에 인기도 커질 것"이라면서도 "임대주택 물량과 관련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보다 선별적인 공급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