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투포커스]잇따른 흉기 살인에 ‘신림역 흉기난동’ 공포 재현
2024/08/04 16:09
성동·은평·노원구 등 서울서 '흉기 살인' 잇따라
신림역·서현역 칼부림에 이어진 시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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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동네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 무섭습니다.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혼잣말로 화내고 소리치는 사람을 보면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고 피합니다. 길 가다가 화풀이 상대로 죽고 싶지 않습니다."
4일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7)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흉기 살인'에 "집 앞 편의점 가는 길 조차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서울 도심 곳곳에서 흉기를 이용한 강력 범죄 소식이 잇따르면서 시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큰 충격을 주었던 신림역·서현역 칼부림 사건이 채 잊혀지기도 전이라 시민들의 공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4시께 성동구의 한 할인마트 정육점에서 50대 남성이 부하 직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달 29일에는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30대 남성이 일면식 없는 이웃을 일본도로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같은 달 31일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결혼을 앞둔 지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달 2일 새벽엔 중구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청소를 하던 환경미화원이 70대 남성으로부터 흉기로 피살당했다.
대학생 이하연씨(24)는 "살면서 길 걸어다니는 게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도 못해봤는데, 갑옷이라도 입어야 하나 싶다"며 "언젠가는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고 불안해했다.
직장인 김효은씨(35)도 "요즘 우리나라가 흉흉해져 아이들을 차로 등하원 시키고 있다. 범죄 예방을 위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야 할 것 같다"며 "요즘 사는 게 힘들고 날씨도 더워서 그런지 사회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림역 흉기난동 등 묻지마 칼부림 사태 이후 신설된 기동순찰대가 강력범죄 감소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장의 한 경찰관은 "갑자기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 경찰이 모두 막을 순 없지만, 기순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봐야할 때인 것 같다"며 "특히 치안 수요가 많은 야간 시간대와 주말에는 근무하지 않은 점에서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도 치안 수요가 많은 야간 시간대(오후 8시∼익일 오전 2시)와 주말에는 기순대가 근무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경찰직협은 지난 4월 1∼15일 소속 직원 5000명을 대상으로 기동순찰대 신설에 대해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동순찰대 운영에 따른 가시적 예방순찰 효과 여부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89.0%를 차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