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상반기만 21兆인데… 예대마진 더 키우는 5대은행
조은국 기자
2024/08/04 17:41
2024/08/04 17:41
가계대출 한달만에 7조1660억 증가
넉 달 연속 오름세로 3년만 최대치
신한·우리, 이달 주담대 금리 0.3%p↑
대환대출·주담대 규제에도 역부족
금융당국 대출한도 제한 연기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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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시장금리는 크게 하락했다. 이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주요은행들이 예금금리 인하 조치에 들어갔다. 반면 대출금리에 대해선 지난달부터 인상행렬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나설 것을 요구하자 주요은행들은 지난달 세 차례가량 대출금리를 높였다. KB국민은행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중단 등의 조치도 단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8월에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대출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대출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올린다고 대출 증가세가 잡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가계대출 증가와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의 이자이익만 늘린다는 분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은행의 7월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7383억원으로 전달보다 7조1660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이 기간 가계대출이 2조7887억원 늘면서 증가폭이 가장 컸고, 이어 신한은행(2조4763억원)과 우리은행(2조3990억원) 순이었다. 반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소폭 줄었다.
이에 5대은행은 지난달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리며 대응했는데, 대출 증가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5대 은행은 7월 한 달 동안에만 적게는 한 차례(하나·농협은행)에서 많게는 세 차례(KB국민·신한은행)까지 대출금리를 끌어올렸다. KB국민은행은 대출금리 인상 조치에 더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중단과 대환대출 제한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대출 증가세를 잡지 못한 것이다.
이에 8월에도 대출금리 인상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7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하고 대환대출에 대한 금리도 0.09%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앞서 2일에는 우리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0.2~0.3%포인트 올리고, 연립과 다세대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금리도 0.15%포인트 인상했다. 이처럼 주요 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대출금리 인상 조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회복세로 대출 수요가 커지는 상황이고, 특히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금리 인상 효과를 상쇄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출 한도를 제한할 수 있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를 연기하자 오히려 막차를 타야 한다는 수요가 커졌다"면서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는 높여 결국 은행들의 이자이익만 키우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5대은행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21조61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78%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상 조치로 하반기 이자이익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