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험할 곳이 없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2024/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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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달라졌을까? 국내에서 개발된 핵연료는 모두 외국 원자로에서 시험하고 그 결과를 우리 규제기관에 제출해서 허가를 받는다. 연구용원자로에서 개발된 핵연료의 소결체와 피복재 등이 연소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겪는지 시험해야 한다. 또 상용 원전에 장전해 장기 연소 후 건전성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연구용 원자로는 이런 설비를 구축하는데 연구를 수행했으나 실패했고 규제기관은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시험 장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인 스마트(SMART)는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대형원전에 대한 안전 규제를 모두 적용했어야 했다. 원자로가 작아지고 단순화되었음에도 복잡한 규제를 모두 적용해 통과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작았던 시스템은 점점 커졌다. 대형원자로와 거의 같은 격납용기도 채택됐다. 결국 SMART는 대형원전과 거의 같은데 출력만 적은 원자로가 됐다. 규제가 한 일이었다. 물론 규제기관의 당연한 질의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인허가를 신청한 SMART팀도 문제였다.
최근 SMR에 대한 규제기준을 사전에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대대적으로 착수됐다. 제발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고 성공적인 연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계획하는 것보다 과거에 왜 실패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연구조직과 실제 규제조직이 달랐다. 전자는 연구를 수행했으나 후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당시 KINS의 원장은 이를 조정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 연구자는 규제자에게 적절한 입력자료를 제공하지 못했다. 자기도 모르는 일을 시켰던 것이다.
이제 연구자는 개발된 기술을 어디서 시험하고 어떻게 인허가를 받을지 고민해야 한다. 쉬운 방법은 개발을 포기하고 외국에서 개발된 기술의 라이센스만 받아서 생산하는 것이다. 영원한 추격자가 되려는 것이다. SMR을 캐나다 규제기관에 심사를 계획하고 있다. 모두 규제가 미덥지 못한 것이다. 언제까지 원전부문의 신기술을 외국에 가서 시험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