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재판거래 의혹’ 공소장에 못 담은 檢…“수사 계속”

곽상도·박영수 이어 권순일·홍선근 기소
"최재경·김수남 무혐의 아냐, 수사 계속"

박세영 기자|2024/08/07 16:51
권순일 전 대법관/연합뉴스
검찰이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홍선근 머니투데이그룹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로써 대장동 일당의 로비 대상이었다는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한 지 3년 만에 핵심 피의자 6명 중 4명을 기소했다.

다만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고,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어 검찰의 이번 처분 결과를 두고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는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홍 회장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9월 관련 수사에 착수한지 2년 11개월 만이다.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화천대유 관련 민사소송 상고심 등의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권 전 대법관은 이 기간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권 전 대법관은 검찰이 적시한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고문으로서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의 언론사 선배인 홍 회장은 김씨에게 배우자와 아들 명의로 50억원을 빌렸다가 원금만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홍 회장이 면제받은 약정 이자 1454만원을 김씨에게 수수한 금품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홍 회장에 대한 배임수재 혐의의 경우 김씨와의 부정한 청탁이 오고 간 정황을 찾을 수 없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의 공소장에도 재판거래 의혹 등에 대해서는 혐의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변호사법 위반 혐의만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현재 권 전 대법관이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한 판결을 주도한 재판 거래를 통해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50억 클럽 의혹 관련) 권 전 대법관과 홍 회장, 이 두 사람에 대해 수사기한이 길어졌다. 증거 확보 및 장기간 수사가 처리되지 못한 부분 등을 이유로 이번에 혐의가 입증된 것들로 먼저 기소한 것"이라며 "참고인 조사 등 보완 수사를 더해 혐의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은 6명 중 권 전 대법관과 홍 회장을 포함한 4명이 재판을 받게 됐다. 이미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은 1심에서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200억원을 약속받고 1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50억 클럽' 의혹은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간업자들을 둘러싼 유착·배임 의혹인 '대장동 개발비리' 수사의 한 축으로 검찰은 대장동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지 약 5개월 만인 2022년 2월 곽 전 의원을 먼저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이후 검찰 수사는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가 올해 3월 권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수사에 재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검찰은 지난 25일과 31일 홍 회장과 권 전 대법관을 차례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다만 주요 피의자 중 최 전 수석과 김 전 총장의 경우 2022년 1월 검찰의 서면조사 외에 특별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최 전 수석과 김 전 총장을 무혐의로 판단한 것은 아니며 좀 더 필요한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라는 것이 혐의와 증거관계가 어느 정도 확보가 돼야 관련자 조사가 이뤄진다. 때문에 향후 수사의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고 증거관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